밖은 봄이었다.
캘린더 속 날짜는
어느새 한 계절을 넘기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봄을 본 기억이 없다.
“저 꽃, 너 좋아했잖아.”
아내가 어느 날
문득 내게 그런 말을 했다.
“거기 그 나무, 작년에 네가 심었잖아.”
나는 기억이 안 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햇살은 여전하고
정수기는 여전히
“필터 교체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날따라
그 소리가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말 걸지 않는 위로도 있다.
손 내밀지 않는 다정함도 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양말,
어느샌가 개어져 있는 이불,
깊게 마신 물 한 모금이
속을 따뜻하게 채운다는 걸
처음 알았다.
화분이 오늘은
조금 더 초록이었다.
내가 그걸 알았다는 건,
조금 더 나아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알아챈 사람도 있었다.
밖에서 돌아온 아내가
문을 열며 말했다.
“오늘 좀 나아 보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다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