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색

by 주엉쓰


기이한 꿈을 꿨다.

꿈속에서 어떤 이가 내게 물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사랑을 설명해 줘.”

“그리고 네 감정에 색이 있다면,

어떤 색일까?”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내 감정은 고정된 색이 아니라

계속 번지는 얼룩 같았으니까.

그는 내게 말했다.

“내 어둠은 너무 어두워서

결국 검은색을 만들었어요.”

그 한마디가 뭐라고,

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슬픔은 진한 파랑.

말없이 식어가는 물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색.

후회는 회색.

결정을 미루고 망설이다 탁해져 버린 무채색.

기쁨은 형광빛 노랑.

순식간에 번쩍였다 사라지는 찰나의 감정.

사랑은……

아직 색을 정하지 못했다.

꿈속의 마을은 이상했다.

사람들의 기분에 따라 집의 색이 달라졌다.

울고 있는 집은 벽이 젖어 있었고,

웃고 있는 집은 뿌옇게 빛났다.

페인트공은 혼자서

밤새도록 그 집들을 다시 칠했다.

“빗물아, 너무 거세게 몰아치지 마.

그들의 감정이 번져, 바다에 빠져버리면 안 되니까.”


나는 그 페인트공을 따라다녔다.

그의 손끝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색은, 감정의 말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거울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지금 내 감정은 무슨 색이지?

그날, 정수기 앞에 섰다.

쪼르르. 쪼르르. 쪼르르.

여전히 필터는 교체되지 않았다.

투명한 물이지만,

어딘가 흐리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물든 감정의 색이,

물이 아니라

나를 타고 흐르고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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