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을 손에 감으며,
나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저 ‘무’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집 안을 바라봤다.
이 집에서 함께한 시간이 떠올랐다.
아내가 웃던 주방,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던 새벽,
소파에 앉아 잠시 쉴 수 있었던 밤.
그 모든 장면이
물속에서 흔들리는 필름처럼
일그러졌다.
나는 이 집을 내 것이라 여긴 적이 없었다.
대출로 얻은 공간,
회사에 붙어있는 나의 분신 같은 곳.
하지만
잃고 나서야 알게 된다.
내가 이 집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필터 교체가 필요합니다.”
정수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가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원래부터 나는 정해져 있는 시스템에
순리대로 굴러갈 뿐,
아무런 힘조차 없었다.
허망해졌다. 나는 뭘 위해 살아왔나, 무얼 위해 열심히 했는가.
처음 회사에 취직했을 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가장이 되었을 때,
함께 지낼 우리 집을 구매했을 때,
모두 평생 내 것일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는 "고생했다"는 한마디에
내 것이 아닌 게 되었고,
가장이 되었지만, 정작 달라진 건 없었고
'아이'를 갖는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명의만 '나'로 되어있는, 허물 좋은 집.
결국 진짜 내 거는 없었다.
밧줄을 목에 걸었다.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의자를
조용히,
발로,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