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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y Oct 05. 2024

록키가 우리에게 스며들던 날

존스턴 캐년 – 레이크 루이스 – 설퍼산



 커튼을 걷은 창 밖 풍경이 만년설처럼 봉우리가 가득히 눈으로 덮인 록키 산맥이 동트기 전 푸르스름한 이른 아침의 장관을 보며 기상할 수 있는 곳이 캔모아이다.


 아직도 그때의 그 풍경과 그 캐나다가 겨울 공기가 잊히지 않는다.      

 밴프에서의 둘째 날, 우리는 서둘러 아침 요깃거리를 하고 진정 밴프 국립공원 그리고 유명한 레이크 루이스 등 투어를 해보려 한다.      

 밴프 국립공원은 통행증이 필요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해서 통행료이자 입장료인데 고속도로 입구에서 머무를 기간을 말하고 패스를 받아 대시보드에 거치하면 된다.



 운동 삼아 걷기 좋은 ‘존스턴 캐년’에 우선 도착했다. 다행히 눈은 그쳤고, 해가 뜨니 도로도 잘 녹고, 트레킹 로드도 이상무. 존스턴 캐년은 그냥 동네 뒷산 수준보다 트레킹 로드가 잘 되어 있어, 우리처럼 조금 아픈 가족이나 연로하신 부모님과 간다면, 적당한 거리를 평평한 로드를 따라 걸으며 캐나다의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협곡 투어를 좋아하는 나란 사람


 협곡은 말 그대로 협곡이라 여기저기 정말 장관이다. 길 끝에서 작은 폭포도 있는데, 작은 폭포라기엔 떨어지는 물소리가 정말 역동적이라, 사진 찍으면서도 괜히 심장이 두근거린다.      



 

존스턴캐년에서 이동중

  그렇게 약 40분 정도 존스턴 캐년을 돌고 나와 사진까지 잘 찍고 차를 탔건만, 이런 불과 약 30km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레이크 루이스 근처는 이미 설국이다.      


 레이크 루이스는 그 장관보다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유명한 연주곡으로 더욱 유명할 것이다. 듣기로는 아티스트 또한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에 영감을 받아 곡을 썼다고 한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기대되는 레이크 루이스. 눈이 오는 바람에 거울 호수는 볼 수 없지만, 그 설경 또한 상상만 해도 절경이다. 아직 내 마음의 동심이 남은 걸까, 눈이 가득한 호수 풍경과 크리스마스트리 마냥 눈이 소복이 덮인 호수를 상상하니, 마치 영화 ‘겨울왕국’에서의 한 장면처럼 여왕이 동생인 안 나와 어디에선가 스케이트를 타고 우리를 맞이할 것만 같은 설렘이 들었다.      

30분 후에 만난 설국

 페어몬트의 호텔 풍경도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호수와 잘 어울렸다.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하니, 초긍정 캐나다인 관리 스탭이 주차장을 안내해 주었다. 스탭은 퍽퍽 빠지는 눈을 치우느라 바쁜 와 중에도, 주차장과 레이크 루이스 사이의 길을 웃으며 알려주는 모습이 이들에겐 재난 같은 상황이 정말 매일 벌어질 텐데, 호수처럼 마음이 넓구나 싶었다.




  레이크 루이스에 도착하니, 초긍정 캐나다인 관리 스탭이 주차장을 안내해 주었다. 스탭은 퍽퍽 빠지는 눈을 치우느라 바쁜 와 중에도, 주차장과 레이크 루이스 사이의 길을 웃으며 알려주는 모습이 이들에겐 재난 같은 상황이 정말 매일 벌어질 텐데, 호수처럼 마음이 넓구나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지? 이거 인공 아니야?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이라는데 이런 것일까.

 거대한 호수를 감싸는 설산의 장엄함은 의도치 않게 내 마음을 엄숙하게 했다. 뭐랄까. 내가 살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정말 내가 값진 경험을 머리와 마음에 담아 가는구나 라는 감사함이 들었다.      


    

  근 10년 동안 나의 여행들은 언제나 계획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행 날짜가 결정되면, 비행기 티켓 검색 그리고 호텔 검색. 결정장애는 나를 몇 날 며칠 동안 아니지 출발 전까지 선택의 늪으로 이끌었고, 일과 여행 준비를 동시에 하며, 여행에 대한 설렘 보단 그 눈에 보이지 않은 긴장감과 내 선택에 후회하면 어쩌지?라는 즐기지 못하는 모자란 마음으로 출발한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캐나다 여행은 그런 마음은 접어두고, 부모님을 모시고 가며, 내가 최대한 알아보되, 나 또한 즐기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음속에 항상 그리던 록키를 가니, 최대한 몸도 마음도 가볍게 가자라고 결심하고 온 보람이 내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싶다.  

    

페어몬트 호텔의 카페에 앉아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카페를 자주 가는 것이 못마땅한 아버지의 눈치에 우리는 산책을 즐기고 점심 먹으러 밴프로 이동했다.





설퍼산 곤돌라 이동


눈이 왔으나 오늘의 기상 상황은 굿! 설퍼산 곤돌라도 운행 이상 무.

네 사람이 약 24만 원의 입장료를 내고 탄 설퍼산 곤돌라. 남동생을 록키의 기억이 좋아 지난달 신혼여행에 록키를 다시 갔고, 이 설퍼산을 올케와 1시간 만에 올라갔다고 한다.

 혹시라도 등산을 즐기는 분이라면 등반해도 좋을 것 같다. 8만 원도 세이브하고, 직접 록키산을 느껴볼 수 있는 경험이 될 테니.



산 꼭대기는 게다가 칼바람이 분다.


 몇 분 밖에 걸리지 않는 설퍼산 케이블카를

타고 바로 정상에 도착했다.


놀랠 노 자가 이럴 때 표현하라고 만들어진 걸까.

세상에, 장관이다.


아직 진정한 겨울이라 하기엔 조금 이른 앨버타주 밴프 그리고 록키는 사진과 같이 일정 고도의 산맥부터 눈이 오기 시작한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


같은 하나의 뾰족한 산인데 밑동은 아직 초록이고, 위는 하얀 털모자 쓴 것 마냥 하얀 모습이 실로

감상하니 장엄하다.  정말 VR체험의 엄청나게 큰 스크린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바로 앞, 옆, 뒤의 산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캐나다 록키산맥의 어마어마한 모습이다.

눈이 오지 않은 마을
낭만이 있는 설퍼산. 정상

나는 바다와 산 중 더 좋아하는 게 무엇이니?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산'이라고 대답한다.

 재미있는 건 그렇다고 등산을 즐기거나 캠핑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말 자연에서의 힐링을 필요로 할 때는 높디높은 나무들이 빼곡한 숲 속이 나를 품어주는 느낌도 좋고, 그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대지와 식물의 향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살고 있는 지역도 퇴근길 차창을 열면 숲+바다향기까지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자로 잰 듯한 설산의 경계

 록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캔모아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떨까?


솔직히 말해 8개 도시를 돌며, 도시가 아닌 곳의 무료함을 정말 많이 느꼈다.


내가 이렇게 도시인이라니. 평생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하는 자연 풍경을 낮에 감상하지만,

숙소에서의 넷플릭스 보는 저녁을 무료해하는 모습에 일석이조 숲 내 잡고, 도시 삶도 적당히 누릴 수 있는 내 보금자리가 소중해졌다.


 그렇게 록키는 눈바람이 치다 우리가 올 때 되니 잦아들었지만, 정상에 한 시간 정도 머물던 즈음

강풍이 예사롭지 않다며, 설퍼산 스태프들이 모두 이제 내려가고 곤돌라 당일 폐쇄 들어간다며,

하산을 부추겼다.



캔모아의 빨래방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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