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 레이크 루이스- 존스턴 캐년 - 캔모아 이야기 (1)
짠, 드디어 밴프타운 도착. 록키 여행의 관문은 재스퍼 국립공원과 밴프 타운을 들 수 있다. 레벨스톡을 출발할 때 내리던 비는 높은 산봉우리를 돌고 돌며 겨울이 되었고,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앨버타주로 옮겨오며 시차는 한국과 1시간이 줄게 된다.
그러나 날씨는 함박눈으로 뒤덮인 겨울왕국에 도착했다.
밴프는 록키 산맥을 구경하기 위한 전 세계의 관광객이 모여 등산, 골프, 카약, 헬기투어 등 정말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관문 같은 동네이다. 구글맵, 호텔 검색 사이트에서 본 밴프는 호텔, 호스텔 그리고 레지던스 등의 다양하고 많은 수의 숙소에서 볼 수 있듯이 인기 많은 명소이다.
우리는 밴프에 3박 4일을 머무르기로 했다. 2박은 밴프에서 차로 약 15km 떨어진 캔모아라는 소도시에 머무르며, 밴프 타운을 즐기며, 마지막 밤은 밴프의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시간 12시가 되기 조금 전에 도착한 밴프. 이곳에 엄마가 원하던 한식당이 있다. 이름도 매력적인 게다가 뭔가 자랑스러운 ‘서울정’ 세 글자가 이 거대한 캐나다의 록키 산맥의 한 타운에 한글로 적혀 있다. 역시나 맛도 훌륭했고, 우리는 이후 세 번 정도의 한국 식당을 밴프에서 이용하였다.
우리에겐 늦가을 그러나 밴프에선 이미 겨울의 문턱을 한참 넘어선 지 오래라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관광 안내소를 바로 찾아갔어도, 정말 쿨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차라리 좀 더 늦게 왔다면 스키 시즌이 시작되어 스키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라며 함께 아쉬워해 주었다.
그래도 뭐 우리 부모님은 무얼 즐기기 위해 오셨다기 보단, 특히 엄마는 캐나다 땅에서 새로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설레는 여행자의 마음을 긴 여행기간 동안 즐기기 위해 오셨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밥을 먹고, 그렇게 예쁘다던 밴프 타운의 필수코스인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러 갔다.
매일 크리스마스의 설렘으로 살고 싶은 나. 그냥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주는 그 따뜻함이 정말 좋아서 나는 되려 여름보다 겨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인 것 같다.
눈이 내린 것 같은 화이트 콘셉트와 돌아 내려가는 모양의 클래식 계단, 365일 캐럴이 흘러넘치는 천년만년 행복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 마켓, 아니 난 지금도 밴프를 떠 올리면 그 겨울 속의 따뜻함만 가득하다.
여행이 무엇인가. 한참 정보 검색하며 ‘아, 여기는 꼭 가봐야지.’ ‘여기에 가면 꼭 따뜻한 라테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바라봐야지.’ 라며 마음속으로 설렘을 저장해 두었다가, 그 설렘이 현실에 되는 순간을 잊지 못한 추억으로 남기는 작업이 아닐까.
벤프를 재미있다. 통나무 건물들이 메인 스트리트의 상가들을 이룬다면, 바로 뒤 블록은 전형적인 외국 가정집들이다. 더욱 재미있는 건, 눈이 내리는 이 추운 겨울, 그 동네 거리를 배회하는 캐나다 무스, 순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루돌프’가 돌아다니는 동네다. 처음엔 생각보다 커다란 덩치에 지나가다 발에 차이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굉장히 신사적인 캐나다 무스들을 전혀 사람들을 해치지 않았다.
아님 우리 인간들이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멘털 갑 일수도 있지 않을까?
점심 먹고, 밴프 타운을 한 바퀴 돌았지만 아직 시간은 많다. 그러나 기상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아 1인 왕복 7만 원 정도 하는 곤돌라 탑승을 내일로 미루고, 우리 숙소가 있는 캔모아로 향한다.
혹시 가족과 여행을 준비하며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무도건 밴프 여행은 캔모아!
캐나다 록키 로드트립 8개 도시를 돌며,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심지어 기회가 된다면 살아보고 싶은 도시는 단연 나에겐 ‘캔모아’이다.
작은 타운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큰 샵이 세 개나 있고, 맛있는 베이글 하우스와 많은 카페 게다가 좋은 숙소 위치의 필수 요소인 SAFE WAY 대형 마트가 있다.
우리 숙소는 Canadian Rockies chalet 캐나디안 록키스 샬레라는 2 베드 콘도 미니엄이었다. 굉장히 깔끔하게 관리되는 콘도였고, 겨울에 스키를 즐기기 위한 메카인 캔모아는 이런 종류의 숙소가 많다.
그나저나 방에서도 록키가 보이고, 주차창에서도 심지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장엄한 록키산맥이 보이는 기가 막힌 동네가 바로 캔모아이다.
그중 가장에 기억에 남는 캐나다인의 친절함이 생각난다.
캔모아의 록키스 베이글이라는 이름부터 설레는 베이글 가게. 이 동화 같은 동네에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늦가을 그리고 초겨울에 캐나다에 있다는 생각은 여행 중 수천 번을 되네어도 지겹지 않았다. 이름부터 굉장히 록키 돋는 ‘록키스 베이글’에 들러 주전부리를 했다.
수제 베이글 집인데, 활기 한 분위기가 정말 좋다. 다양한 베이글 중 우리는 캐나 다니깐 ‘메이플 베이글’과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 중 커피가 먼저 나왔고, 5분이 흐르고, 10분이 흐른 후에도 데워 달라고 요청한 베이글 소식이 없다. 카운터에 가서 다시 문의하니, 자매사이처럼 보이는 직원들끼리 오 마이갓, 이러며 자신들이 주문을 놓쳐서 미안하다며, 바로 데워 내게 전해줬다.
뭐, 이런 일이야 정말 흔한 일이니 It’s ok. 를 외치며 (사실 난 정말 그렇다. 굳이 이런 거에 예민 부리는 카테고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자리도 돌아왔는데, 우리가 주문한 것보다 더 많은 디저트를 sorry의 뜻으로 전달해 주었다.
배가 불러 먹을까 말까 쇼케이스 앞에서 고민했던 너나이모 바다. 그리고 ‘즐거운 가을’ 이란 예쁜 아이싱이 디자인된 쿠키. 내가 아직까지도 잠이 오지 않을 때, 돌려보는 넷플릭스의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의 한 에피소드에서 김사장님이 직접 남자도 주방일을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만든 ‘너나이모 바’이다. 이걸 이렇게 먹게 되다니.
디저트 덕후는 thank you so much를 연발하며 즐겁게 갖고 왔다.
가족과 여행이라는 건 , 어느 정도의 언쟁을 생각하고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 하는 것은 필수.
카페 이야기지만 사실 이곳에서 아빠가 잠깐의 언쟁이 있었다.
연중행사만큼 언성을 높이시지 않는 아빠가 이 카페를 갔다가 시간이 여유로워 내가 다른 곳도 가자 했는데 아빠가 뭘 또 가냐며 여행 중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셨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나는 아빠의 목소리가 커지면 그냥 명치부터 0.1초 만에 서운함이 올라와 눈물이 난다. 순간 기분이 너무 상해 너나이모 바를 차에 두고,
“ 나는 내려줘, 내가 놀다 알아서 들어가게. ” 이러고 차에서 내려 버린 일이 있었다.
덕분에 캔모아를 돌아보며, 이 여행의 가이드로서 다음날 소품샵 구경 좋아하는 엄마를 에스코트하여 즐겁게 돌아다녔다. 게다가 숙소도 구글로 찍어보니 걸어서 1km도 되지 않는 거리라, 맘 편하게 돌다 들어갔다.
우리 아빠는 골프를 40년 넘게 치셨다. 정말 우드 클럽이 ‘우드’일 때부터 치셨기 때문에, 아빠에게 해외여행 심지어 국내 여행이란 ‘라운딩’ 목적일 것이다.
60대 후반을 달려가는 나이임에도, 아빠는 가족과 여행을 가셔도 4박 5일 중 4번 라운딩을 나가실 정도로 체력, 멘털갑이시다.
그런 아빠에게 그냥 동네 돌아다니는 여행, 게다가 2주가 넘는 여행이라니...
따분할 수밖에 없다.
후문은 올봄에 부모님과 셋이 유럽을 다녀왔는데, 열흘째 비행기 타던 날, 아빠가 집에 돌아가는 신남에 박수를 치셨다.
이렇게 캐나다 밴프 여행 캔모아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내일은 정말 설퍼산, 레이크 루이스 그리고 존스턴 캐년 트래킹까지 즐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