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스톡-밴프-캔모아
패키지여행만이 해외여행이 정답이던 시절을 지나, 정말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SNS의 인플루언서처럼 같은 곳 , 같은 시간대에 같은 메뉴를 즐기며 그 도시만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한 자유 여행이 기본인 세상이다. 게다가 요즘엔 가장 기억에 남은 도시를 골라, 그 곳에서 한달 살기로 정말 현지 생활의 깊숙한 면모를 보고,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낯선 도시의 방랑자의 삶으로 살아가 보는 여행도 흔하다.
얼마나 즐거운가. 다국적 음식을 우리나라에서도 현지인이 직접 요리하는 레스토랑을 충분히 갈 수 있지만, 현지 슈퍼마켓에서 직접 장을 보고, 현지 사람처럼 멋진 주방에서 요리해서 먹는 로망이란, 이 록키 여행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묘미인 것 같다.
레벨스톡의 장엄한 쭉쭉 뻗은 침엽수림을 한 시간 정도 걷고 난뒤, 해가 지기 전, Safeway (캐나다 현지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 들러, 고기와 채소를 조금 산다. 혹여나 아쉬울까 싶어, 보기에도 이미 너무 단 머핀이나 유명하다던 케첩맛 Lays(감자칩 브랜드) 등 주섬주섬 담아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대형마트에 가도 한국인의 위엄!! 김치 정도는 아시안 코너에 있을것이라 생각 했는데, 아뿔사, 김치는 없었다. 비행기에서 터질 까봐 김치는 아예 가져올 생각도 안했고, 가장 아쉬운건 얼큰한걸 종일 찾으시던 우리 엄마이시지 않을까.
우리가 록키 여행 중 머물렀던 레벨스톡의 숙소는 Base camp Revelstock 이다.
1층 즉 앞마당과 바로 연결된 곳은 원룸 베드룸의 숙소이고, 말 그대로 잔디 테라스가 바로 연결되어 있는 장점이 있다. 그 위로 타운 하우스 스타일의 전형적인 코티지인데, 우리처럼 성인 4인은 인원 초과로 입실불가이다.
숙소에 들어가면 전면엔 정말 미국스러운 깨끗하고 큼직한 주방이 보인다. 엄마는 연신 엄마가 좋아하는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스테인레스와 블랙 컬러의 조합이 맘에 드는 주방이라 신다. 방 안에는 직렬 세탁기, 건조기가 있었고, 때마침 2박3일째인 우리의 빨래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식구가 모여 캐나다의 낯선 콘도에서 스테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앞으로의 설레이는 일정에 대해 논의을 하고, 시차덕분에 식사 후 바로 취침, 다행이 이틑날 여행의 고단함으로 모두 아침에 기상할 수 있었다.
레벨스톡 의 아침은 비가 내린다. 창문 밖으로 느껴지는 촉촉해진 대지, 소위 산 넘고 물 건거 수련회장에 갔을 때나 맡을 수 있는 그 맑고 청량한 숲내는 머금은 공기가 아침의 우리는 맞아 주었다. 작지만 엄청난 뷰를 지닌 레벨스톡의 숙소 앞마당에서 즐기는 모닝커피란 실로 잊혀지지 않은 기가 막힌 맛이었다.
야호, 레벨스톡을 떠나는 날은 내가 좋아하는 비오는 날이다. 덕분에 더욱 운치있는 아침을 맞이 하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씩 테이크 아웃하여 8시쯤 기상해 다시 우리의 무거운 짐 (기본이 대형 캐리어 4개) 플러스로 장을 보고 추가된 짐들을 싣고 이제 진짜 앨버타주 록키로 넘어간다.
내겐 마냥 예쁜 비오는 풍경이지만, 오늘은 산을 넘어가는 여정이다. 아빠 말씀에 의하면,
지금은 비가 오지만 이제 우리가 산을 넘어갈 때는 정말 함박눈이 내릴수도 있다며, 모두 긴장 상태로 출발이다.
록키로 가는 길은 어제 온 500km 보다는 짧은 거리이다. 약 250km 정도인데, 이미 월동준비에 들어 간 록키가는 길은 여기저기 눈에 고립 될 사태에 대비해 비상 식략 , 충분한 연료 등의 무시무시한 경고문들이 붙어있다. 심지어 어느 구간에선 핸드폰 조차 터지지 않는다는 안내가 현수막도 아닌 고정 표시판에 적혀있다.
굿바이, 레벨스톡.
오늘 드디어 록키산맥을 볼 수 있다. 록키의 관문인 재스퍼 국립공원을 너무 아쉽게도 동절기 폐장이라 우린 예쁜 크리스마을 같은 벤프로 향한다.
레벨스톡을 떠나 밴프로 향하는 산세는 가히 장엄하다 라는 단어로도 대신할 수 없다. 그 산을 따라 트레일러, 덤프 그리고 많은 숫자의 픽업 트럭들 사이 우리도 대열에 맞추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정말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앨버타주의 사람들에게 픽업 트럭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는 폭설을 마주한 캘거리행 고속도로에서 뼈 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2화 이후 풀어 보도록 하겠다.
밀리지 않은 도로라 다행히 휴게소를 들러 식사나 커피를 마실 정도로 힘든 여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산악 도로더라도 중간 중간 화장실에 보였고, 이곳에서 많은 운전자들은 운전의 피로도 풀고, 볼 일(?)도 해결하고 가는 듯 했다.
멋진 산자락을 배경 삼아 사진도 한 장씩 남겨본다.
드디어 밴프에 입성하다.
와, 우리가 이 밴프 타운을 오기 위해 이억만리 한국에서 출발하고 2박 3일에 걸쳐 드디어 밴프 타운에 도착했다.
이 때의 설레임이란 캐나다에서의 지난 여정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슴 벅참은 정말 지금도 생생하다.
밴프로 넘어오는 산길에서 알 수 있듯이, 앨버타주는 겨울이다. 밴프를 그냥 겨울이다. 이미 겨울비와 눈이 함께 짙게 내려져 있었고, 전형적인 캐나다의 겨울날씨였다.
우리 가족은 밴프의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타운을 한바퀴 돌아본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당일 설퍼산 케이블카는 조금 미루어보기로 한다.
여름엔 수상 레저, 골프, 하이킹 등으로 캐나다 현지인, 해외 관광객을 모두 끌어 들이고 있는 밴프, 11월 초는 아직 스키장 개장 준비 전이라, 사실 우리가 갔을 시즌에는 설산을 바라보는 것이 최선의 액티비티였다. 앨버타주 뿐만 아니라 넘어오기 전, 레벨스톡의 컨트리 클럽도 전부 임시 휴장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정말 겨울왕국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게다가 듣기만 해도 설레는 크리스마스 스토어도 통나무 건물이 고즈넉하게 즐비한 밴프 타운과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세트였다.
밴프타운에는 한국식당이 두-세개 정도있다.
우리는 서울정이라는 식당을 밴프-캔모아에서 머무는 3박 4일 여정 중 두 번 정도 이용했으며, 핫도그 및 치킨을 바는 스낵바 비슷한 한식당도 있었다. 당시 밴프의 상황을 알아보던 중 워킹 홀리데이로 핫도그 샵에서 근무중인 한국인 학생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우리는 밴프와 근교 14km 이내 캔모아라는 동네에서 3박 4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