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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y Sep 20. 2024

둘째 날 새벽 3시 반 드디어 록키로 향하다

여행 2일 차 밴쿠버 – 캡룹스 경유 – 레벨스톡

  



요즘 SNS를 살펴보면 한 달 살기, 2주 살이 등 한 도시에서 적어도 1주일 이상 머물며 현지인의 삶을 즐겨보며 여행하는 것이 트렌드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꼭 오랜 시간 머물러야만 진정한 여행은 아닐 것이다. 갑작스러운 행복한 충동에 매섭게 추운 겨울날 별 보러 가겠다고, 퇴근길에 강원도 안반데기를 가자던 남편의 전화에 ‘이 추운 날 무슨 고지전도 아니고..’라는 마음에 따라나섰지만, 해가 모두 지고 나서야 도착한 한겨울의 설산 안반데기 언덕을 걸었던 기억은 아직도 즐거운 도발 행위(?)로 가슴에 남아 있다.  

    


 캐나다 도착 둘째 날 새벽,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도착하고 약 15시간이 지났을 무렵,

모두 피곤한 마음에 밤 9시 전 눈을 감았으나, 충분히 자고 일어났다 생각했는데, 아직 너무 깜깜한 새벽 3시, 깜깜한 호텔이 우리들의 핸드폰 LCD 불빛으로 살아나기 시작했고, 거실에서 베드 3개를 두고 자던 엄마, 아빠 그리고 나는 이럴 거면 그냥 출발할까?라고 생각하던 찰나, 옆 방에 혼자 자던 우리의 김기사이자 짐꾼 남동생이 슬슬 걸어 나오며


“다들 일어나셨구나, 나도 깼어. 이럴 거면 그냥 출발하지 뭐.”    

  

이 우중충한 호텔을 빨리 도망 나가고 싶은 마음이 꽤 컸던지라, ( 이후 숙소들의 컨디션은 꽤 괜찮았다는.) 부랴부랴 출발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후문이나 우리는 이렇게 13박 14일 간 총 8곳의 도시, 즉 8번의 무거운 짐을 아빠와 동생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보냈다. ( 식량박스까지 포함하며 6개 정도의 큰 짐은 안 비밀)      


 숙소 밖을 둘러보니, 어두운 밤의 피크를 찍는 밴쿠버의 가을 거리 그 자체.

반대쪽을 둘러보니, 인도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이 24시간 운영 중이었고, 그곳에서 당뇨환자인 엄마가 끼니때에 드시지 못할까 싶어 샌드위치와 주전부리를 사기 위해 출발 전 모두 함께 들렀다. 엄마 핑계긴 하지만 마트, 편의점 구경은 내 여행에서 80% 이상의 기쁨을 주는 액티비티다.


  

오늘의 이동거리는 약 600km 밴쿠버 – 캡룹스 (약 350km 기점) - 레벨스톡이다.

 최종 록키 마운틴의 대표 동네 밴프까지 약 200km 정도 남겨 놓은 거리이다.      

밴쿠버 시내를 빠져나와 외곽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역시 땅이 넓은 나라여서 그런가, 트럭과 트레일러들의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중간중간 보이는 우리 같은 승용차들.

분명 아직은 어두운 밤이라 바깥 풍경이 좋고 나쁘다 그리고 멋지다!라고 판단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왜 이렇게 캐나다의 자연 풍경은 엄청난 거야!!      



 그냥 오늘 아침은 한국이 아닌 캐나다 땅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밴쿠버를 출발해 약 320km 정도에 위치한 중간 기착지 캡룹스에 잠시 아침 겸 모닝커피를 한잔하기로 했다.


 나의 대학생 시절엔 친구들이 삼삼오오 호주나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 커다란 대륙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게 취업을 위한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던 시대였다. 워킹 홀리데이는 아니지만 스물여덟 나름 워킹홀리데이던 어학연수던 조금 늦은 나이의 내 동생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일 년 간 어학연수를 하며, 이 친구 또한 팀홀튼 러버가 되었다.      


 그렇게 캐나다로 다녀온 친구들이 입이 닳도록 얘기한 ‘팀 홀튼’ 소위 캐나다의 스타벅스이자 김밥천국 같은 귀여운 도넛부터 멜팅 샌드위치까지 커피 및 다양한 음료와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오픈한 캡룹스의 팀홀튼은 굽이 굽이 올라가 다다를 수 있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데, 역시나 트럭커들, 우리처럼 여행객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한 이른 아침이었다.     









 

 자, 이제 한번 팀홀튼 한번 탐색해볼까?     

 우선 여기는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가 아닌 브루드 커피 우리가 ‘필터 커피’라 불리는 커피를 베이스로 음료는 만드나 보다. 진한 라테로 아침을 여는 나는 사실 조금 실망했지만,


뭐, 괜찮다, 며칠 팀홀튼 빠져 보지 하며 야무지게 골라본다.     

커피 한잔과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맛(flavor) 중 하나인 메이플(maple) 향의 아이싱이 곁들여진 도넛 그리고 엄마, 아빠는 플레인 베이글, 역시나 무얼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은 축복받은 동생은 이 새벽에 아이스캡이라 불리는 가장 큰 사이즈 프라푸치노와 멜팅 치즈가 올라 간 핫도그 하나를 주문했다.





멀리 보이는 캡룹스의 독특한 지형



한 30분 정도 동이 터 오는 캐나다의 첫 번째 아침이자 두 번째 날의 카페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아침식사를 즐겼다. 금세 날은 밝아졌고, 소나무 숲이 무성한 캐나다의 산 모습이 아님 독특한 사막 지형의 캡룹스의 산을 보게 되었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여정에 캡룹스에서 1박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 대학생들이 워킹 홀리데이나 어학연수를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약 2시간 거리의 우리 숙소가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경계 ‘레벨스톡’를 향해 다시 달려간다.      

  


레벨스톡 이야기


레벨스톡은 밴쿠버를 기점으로 출발하는 록키 산맥 투어의 단골 1박 기착지이다. 작은 마을 같은 분위기이긴 하나 콘도 형식의 숙소에서 충분히 먹고, 마실 수 있는 대형 슈퍼마켓도 있고, 다양한 식당과 고즈넉함이 있는 도시이다.      


고즈넉한 레벨스톡 타운








 레벨스톡은 지난 캐나다 록키 투어에서 손꼽은 도시이기도 하다.      

 최악의 숙소에서 1박 했으니, 사진으로만 봐도 여기 너무 괜찮은데? 싶은 깨끗하고 좋은 숙소로 다시 출발.



      록키 여정 중 꼭 들려봐야 할 도시라면 레벨스톡을 꼽고 싶다. 겨울에는 스키도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하이킹, 카약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우리도 비록 1박을 할 예정이지만, 짧은 트레일 코스를 선택해 약 1시간 이내로 걸어볼 예정이었다.


 밴쿠버에서 약 새벽 3시 반에 출발한 우리 여정은 엄청난 과속이 아님에도 아침 9시도 되기 전에 약 500km 지점의 레벨스톡까지 도착했다.


아직 핼러윈의 여운도 남고, 마트에서도 free pumpkin도 얻을 수 있는 캐나다의 끝가을의 동네.






캐나다 레벨스톡 숙소 base camp


레벨스톡 숙소에서 바라 본 캐나다의 가을


와, 컬럼비아 강변에 자리 잡은 숙소, Base camp Revelstock 지점이다. 방 1개, 거실과 멋진 주방이 있고, 여행자에게 최고인 세탁기와 건조기가 각 룸마다 비치되어 있다. 테라스와 예쁜 잔디 마당이 문을 열면 바로 펼쳐져 있고, 레벨스톡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공동 야외 자쿠지도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아빠가 정말 좋아하셨다.      

일찍 너무 일찍 도착한 손님에게 얼리 체크인을 환영해 준 숙소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각자 잠시 오침도 아닌 조침을 잠시 즐겼다. 우리의 계획은 오후에 이동하는 것이었으나, 여전히 시차와의 전쟁, 무엇보다 레벨스톡이 너무 기대되는 마음에 , 짐을 모두 풀고 앉은 지 1시간 채 되지 않아, 시내로 나오게 되었다.



시내라고 해 봤자, 차로 여기 적어 20분이면 다 다를 거리지만, 캐나다 대형 마트 체인 SAFE WAY부터 아기자기한 카페와 이탈리안, 일식, 양식 모든 식당들이 있었다.      


 얼. 죽. 한 얼어 죽어도 한식 (feat. 얼큰한)


  캐나다 입성 2일 차, 엄마는 얼큰한 무언가를 점심으로 원하셨고,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시는 아빠, 우리 남매는 지난 캐나다 여행동안 정말 이 고민과 그 표현할 수 없는 메뉴 선택의 기로의 긴장감에 언제나 서 있었다. 모든 부모님과의 여행이 그러리라 생각된다.

     

언젠가 인스타그램에 떠 다니는 가족 여행 시 부모님 금지 표현의 하나라고 할까.      

레벨스톡은 우리 엄마 편인가 보다. 한식당이 없어 아쉬운 대로 초밥집을 들어갔는데, 한국인이 운영하시는 곳이라 나름 김치 관련된 메뉴도 있었고, 우린 초밥과 얼큰한 가락국수로 레벨스톡의 런치타임을 보냈다.  

    


캐나다 레벨스톡 Dose cafe


 워낙 일찍 출발하고, 일찍 도착한 덕분인지 점심을 먹고 나도 오후 1시가 되지 않았다. 우선 산책 겸 레벨스톡 타운을 돌아보며, 캐나다의 가을을 닮은 카페 라테 한잔을 하기 위한 카페를 고르기로 했다.      


아, 레벨스톡은 가히 정말 매력적인 동네이다. 나의 체력과 감성과 딱 알맞은 그곳. 누군가에겐 지루한 동네일 수 있겠지만, 딱 나에겐 이 정도의 에너지 레벨의 도시가 맞다. (그러나 나는 뼛속까지 도시인).      

운치 있는 카페를 발견했고, 동네 맛집인가 보다. 손님이 북적이는 와중에도 반갑게 손님께 인사해 주는 여유란 이런 공기와 풍경을 매일 보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묘약인 걸까.


따뜻한 카페라테와 영국 스러운 스콘 한 조각으로 디저트 타임을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Dose에서의 카페라떼


의도하지 않았으나 모두 고개를 돌리고 계심.


레벨스톡의 마지막 일정으로, 아직 해지기 전 시간이 있어 trail을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그 초겨울의 축축한 나무와 땅내음의 매력을 아시는가.

그 겨울냄새가 그리워 가끔 내가 살던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레벨스톡 타운에서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트레일 코스. 경사도 없어 완만하니 부모님과 함께 오는 여행객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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