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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y Oct 09. 2024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의 버킷 리스트는 어디인가요?

밴프에서 캘거리로 feat. 이게 바로 캐나다의 눈보라 



 엄마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어디로 여행 가실지 상상하신다고 한다. 나는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의 여행 추천으로 멋진 사진들을 보며 가고 싶단 생각을 하는데, 이젠 살짝 감흥이 떨어졌나 싶은 건,


“ 엥, 저건 드론으로 저 멀리서 촬영하니 웅장하고 멋져 보이는 거 아닌가.” 

“ 어우, 모기 투성이, 나 모기 알레르기 있지.”라는 토를 붙인다.      

이래놓고 3-4개월 간격으로 내 궁둥이는 비행기에 앉고 싶어 꿈쩍 거린다. 

 사람 마음 다 비슷하다고, 출발하고 나면 , 내가 왜 이 고생인가. 김치가 생각나. 이러다가도 

무슨 분기별 실적 보고 하러 출국하듯 여행 돋는 건 왜일까?   

   

 그런 마음에서 이번 약 2주간의 록키 여행은 나의 버킷 리스트 미션 클리어와 더불어 길고 긴 장기로 집을 떠나 세상을 둘러보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로 캐나다 여행을 갔던 2022년은 대학교 졸업 후 거의 15년 만에 제 손으로 직접 모든 일들을 끊어내고, 온전히 하우스 와이프로 살던 해였기도 했고, 돌아오자마자 바로 창업하여 새롭게 일을 시작하였다.      

본론으로 돌아가, 우리 가족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쉬운 캔모아에서 떠나 밴프 타운 호텔에서의 록키 마지막 밤이다. 


밴프에서의 겨울 산책 


   여전히 아직은 한적한 벤프거리, 실내나 쇼핑몰들을 생각한다면 겨울의 벤프는 크게 볼 수 있는 것은 없다. 크리스마스 상점, 올리브오일 상점, 캐나다 구스 매장이 입점에 있는 작은 쇼핑몰과 많은 기념품샵을 정도이다.      

 그래도 하나하나 언제 또 구경하겠어라는 마음으로 한 바퀴 돌고, 눈이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의 산골짜기 동네를 여기저기 구경한다.      

 타운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근교도 한 바퀴 돌았지만, 모레인 호수는 이미 눈으로 뒤덮여 레이크 루이스와는 달리 여기가 호수야?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곳이 바로 모레인 호수




   그래도 밴프 타운을 가로질러 흐르는 보우강변은 함께 걷으며 엄청난 설경을 감상했다. 


다시 봐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보우강물 

  


겨울 여행의 묘미겠지만, 이 보우강 상류의 보우폭포는 여전히 힘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생각나는 풍경들이다. 정말 봄, 가을의 록키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지 상상 조차 되지 않지만, 겨울은 겨울대로 록키여행의 매력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밴프 타운에서는 Best western 호텔에 머물렀고, 재미있게도 캘거리에 넘어가서도 베스트 웨스턴에서 숙박했다. 밴프는 호텔 느낌이라면, 캘거리는 투룸 스위트로 예약하여 엄청 편안하게 즐겼다.    

  

이제 정말 록키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는 게 정말 아쉽다. 전체 여정으로 보면 12박 13일 중 오롯이 8박 정도는 록키와 근교에서 보냈지만, 이 장엄한 설산에 둘러싸인 밴프타운의 그 보이지 않은 따뜻함 그리고 천년만년 크리스마스일 것 같은 밴프는 정말 그리워질 것 같다.      


굿바이 밴프



 캔모아, 밴프에서 3박 4일 록키 여정을 마치고, 다음 3박 4일 여정을 위해 캘거리로 이동하는 날이다.      

이 날은 정말 눈이 하늘에서 쏟아붓는 것처럼 내렸고, 캐나다 앨버타주의 눈의 저력(?)을 알게 된 날이기도 하다.      

 밴프에서 캘거리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눈이 오니 우리는 조금 천천히 가려 했지만, 짧은 거리임에도 고속도로는 이미 눈이 한가득이다.   

   



폭설도 이런 폭설이 없다.


 일반 승용차들은 속도를 내되 미리 고꾸라지가, 소위 미국 커다란 픽업트럭 정도 되어야 정속으로 다니고 있을 뿐이다. 고속도로의 제설장비의 스케일도 엄청나다. 차선 두 개 정도 길이의 삽을 장착하고, 내 키만 한 튼튼한 바퀴가 달린 제설차가 양방향으로 빠르게 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작은 승용차들은 미끄러움에 도로 중간에 박혀 있기도 하다. 동생 말로는 저런 경우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견인 차량이 일일이 오기 힘든 거리이기에, 차라리 차를 두고 가는 게 낫다고 한다.     

 

눈이 얼마나 오던지, 우리는 왜 또 하필 비싸다는 벤츠 G 클래스를 렌트하고 이런 재난 같은 상황에 닥치니 와.... 이건 뭐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이건 보험으로 커버 불가능한 느낌이랄까.     

 


  이런 와중에 우린 거대한 폭풍을 뚫고 캘거리 초입 거대 쇼핑몰 Chinook  ‘시누크 센터’에 잠시 정착했다. 공설 운동장만 한 야외 주차장의 영화에서 봄직한 눈폭풍 속된 말로 눈 싸다구에 밀려 다행히 문까지 도착. 자동문이 아닌데 자동으로 열린다. 

정착이라기 보단, 당장 눈을 좀 피하고 싶었다. 또한 동생의 캐나다 지인 이야기로는 앨버타주 세금이 조금 더 저렴해서, 쇼핑을 할 것이라면 앨버타에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시눅몰은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중앙에 홀이 있고, wing들이 뻗어 있는 구조인데, 모두 합치면 1.5km 정도가 된다고 한다.      


 더욱 재미있는 건, 이 폭풍 속 어딘지도 잘 모를 쇼핑센터의 푸드코트에는 한식을 파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정말 행운의 여신이다. 엄마랑 다니면 정말 신기하게도 주차자리도 생기고, 구글 지도에 나오지도 않은 한식당도 보인다. 


시눅몰에도 배드가이즈가 있다니!




 폭풍을 뚫고 잠시 시누크몰에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캘거리 시내, 우리 숙소로 향한다.      

사그라 들었던 눈폭풍을 다시 시작되었고, 캐나다의 겨울밤은 생각보다 더욱 일찍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빠도 결단을 내리신다. 이 정도의 눈이라면, 절대로 밴쿠버로 돌아갈 수 없고, 여기에서 차를 반납하고, 모두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지도에 나와있는 sixt 렌터카 회사 캘거리 지점을 찾아 나섰지만, 도착하니 그곳엔 무슨 어린이집이 덩그러니.      

 어렵게 로밍한 전화로 식스토 렌터카 메인 콜센터에 연락하니, 캘거리에 자기네 지점은 없단다. 이럴 수가... 무조건 밴쿠버로 와서 반납해야 한다길래 일동 당황... 

 우여곡절 끝에 캘거리에 도착하고, 3박 4일 동안 눈의 동태(?)를 살피며 조심스레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의 5번째 기착지, 캘거리.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캘거리 여행이 정말 기대되었다. 게다가 일정의 5박 이상 산속 작은 타운에서 머물렀던 탓인지, 고층 빌딩이 가득한 대도시 캘거리가 정말 반가웠다. 



다행히 숙소는 엄마 맘에 쏙 



캘거리 베스트 웨스턴 스위트 


당시 캐나다 여행의 8개의 도시 8개의 숙소를 예약하며, 매 번 엄마 심사위원의 지적을 받았으나,      

이번 캘거리 숙소도 오케이시다. 

 처음 예약은 원베드룸이었지만, 현장에서 추가 비용내고 룸 업그레이드를 요청했고, 투 베트룸과 주방, 거실까지 있는 방으로 배정받았다. 그래도 코골이 남동생은 거실 소파배드 행이다. 캘거리 완전 도심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집 앞에 재미난 잡화점 캐나다 타이어와 큰 마트도 있어, 심심한 틈이 없다. 주변에 한국식당도 반경 1km 이내 여러 개니 부모님과 캐나다 캘거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숙소를 추천한다.      

긴 여정 중 날씨 탓에 더욱 고생한 느낌이 있던 것인지, 엄마는 가끔씩 캘거리 한인 식당에서 먹은 오징어 볶음 얘기를 하신다. 이역만리 떨어진 나라에서 친절한 한국인의 서빙을 받으며, 다양한 반찬과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하냐며.      




  그렇게 캘거리로 도착. 대도시로 돌아온 편안함. 

캘거리 도착하며 느낀 것은 나는 정말 뼛속, 골수까지 도시인이다. 

저녁 먹고, 부모님을 호텔방에 모셔다 드리고, 남동생은 캘거리에 거주하는 친한 형과 소주 한잔하러 나가고,


나는 모처럼 아이패드의 책을 읽고 싶어 숙소 바로 앞 카페&바에 앉았다. 

나의 절반 정도의 여정에 상을 주듯, 이렇게나 멋진 라테아트가 담긴 카페모카를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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