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자투리 재료로 찾은 나만의 풍요

by Beige 베이지
KakaoTalk_20250629_214041776.jpg 자투리 과일을 활용한 팬케이크




오늘은 뭘 해먹지? 냉장고 속엔 언제나 익숙한 얼굴들이 자리하고 있다. 양파, 대파, 애호박, 파프리카, 다진 마늘은 우리집 냉장고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필수템이다. 두부, 콩나물, 스위트콘, 유부, 맛살은 상황 따라 들락날락하고, 한 주에 한두 번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구매한다.

이 재료들은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나에겐 그보다 소중하다. 혹시라도 양파 한 알이 남아 있지 않을까, 대파통 속 파가 바닥 3분의 1 지점쯤 내려가면 나도 모르게 to buy 리스트에 쓱 올린다. 달걀도 물론 필수품이다.

나만의 룰이 있다면, 되도록 채소나 재료들을 시들거나 유통기한 넘기지 않고 끝까지 쓰자는 것이다. 매번 완벽한 레시피를 따르진 않더라도, 냉장고 속 재료들이 버려지지 않고 한 끼 밥상이 되어 나올 때 마음이 가장 든든하다.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더라도 ‘그래도 양파는 안 버렸지’ 싶은 이 마음의 평안이야말로, 나만의 소박한 사치다.

그렇다면 나는 이 자투리 재료로 레시피라기보다는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여 하루하루 식탁을 채워준다.


1. 양파채, 달걀 스크램블 간장소스 덮밥

양파를 얇게 채 썰어 달달 볶고, 달걀을 풀어 스크램블로 부드럽게 익힌다. 여기에 간장과 올리고당, 다진 마늘, 후추로 만든 간장소스를 한 번 둘러주면 간단하지만 든든한 한 그릇이 된다.


2. 잡채용 돼지고기 파프리카, 양파채 볶음 (중화풍)

잡채용 돼지고기와 색색의 파프리카, 양파채를 센 불에 볶아내면 중화풍 볶음 요리가 완성된다. 굴소스를 쓸 수도 있지만 나는 참치액과 두반장을 살짝 곁들여 깊은 감칠맛을 낸다. 밥 위에 올려 덮밥으로 먹으면 국물 하나 없어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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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콩나물 잡채 (새콤 달콤 고소의 콜라보레이션)

당면을 삶고, 콩나물과 집에 있는 채소들을 데쳐 고소한 참기름과 간장, 올리고당으로 무쳐주면 된다. 새콤한 식초 한 방울이면 입맛 돋우기에도 제격이다. 부드럽게 씹히는 콩나물의 식감은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게 만든다.


4. 시금치 다진 소세지 마늘 덮밥

시금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다진 소세지와 다진 마늘을 볶아 밥 위에 올리면 영양 듬뿍 덮밥 완성! 간장과 후추만 있어도 간은 충분하다. 소세지의 짭짤함이 시금치의 담백함을 잘 살려준다.


KakaoTalk_20250629_215528890_02.jpg 같은 결의 메뉴


5. 마파두부 (다진 소고기 활용 가능)

냉장고에 늘 있는 두부 한 모로 만드는 마파두부는 자투리 재료 활용의 대표 메뉴다. 다진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두반장을 풀어 얼큰한 맛을 살리고, 간장과 참치액을 더한다. 마지막에 쪽파나 대파를 송송 썰어 올리면 식감과 향이 살아난다.


6. 소고기 채소 볶음 (매일 소금, 후추만 굽기엔 지겹다)

소고기를 그냥 구워 소금 후추만 찍어 먹으면 편하긴 하지만, 가끔은 질린다. 이럴 땐 양파, 대파, 파프리카 같은 채소와 함께 볶아 간장과 다진 마늘, 올리고당을 살짝 더해 달달한 맛을 입힌다. 고기의 풍미와 채소의 달콤함이 어울려 색다른 맛을 낸다.

KakaoTalk_20250629_215528890_05.jpg 가끔 전복도 넣어준다.


7. 나폴리탄 스파게티 (소세지, 파프리카, 양파 활용)

어릴 적 도시락 반찬이 생각나는 메뉴다. 소세지, 양파, 파프리카를 볶아 케첩과 올리고당으로 달큰하게 맛을 입히고 스파게티 면을 넣어 볶아낸다. 간단하지만 상상만 해도 맛있는 메뉴이다.


8. 스위트콘 쇠고기 솥밥

스위트콘과 다진 쇠고기를 밥솥에 쌀과 함께 넣고 간장, 참치액, 다진 마늘로 간을 해 밥을 짓는다. 솥밥 특유의 고소함과 옥수수의 달큰함이 잘 어울려, 밥 한 그릇만으로도 행복해진다.


9. 냉동 닭안심 양파 당근 덮밥

집에 언제나 쟁여두는 닭안심 , 닭가슴살보단 부드럽고 가볍게 여러모로 활용이 좋아 이번에 덮밥으로도 탄생했다. 우리집 단골 메뉴이다. 역시나 단짠단짠 국물에 자작하게 졸인 덮밥이지만 '생강가루'가 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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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진 소고기 대파 덮밥

다진 소고기에 대파를 듬뿍 넣어 볶아내고, 간장과 두반장으로 풍미를 살린다. 올리고당으로 단맛을 살짝 잡아주면 짭조름하면서도 풍부한 맛의 덮밥이 완성된다.




내 자투리 레시피들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대부분 간장, 올리고당, 다진 마늘, 후추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굴소스 대신 참치액과 두반장을 곁들여 감칠맛을 내는 것도 작은 팁이다. 새 재료를 사기 전에 냉장고 문을 열어 남은 재료를 먼저 생각해 보는 이 습관 덕분에 나의 식탁은 언제나 소박하지만 든든하다.

내일도 아마 냉장고 문을 열면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작은 자투리들이 모여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이 순간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부귀영화를 냉장고 속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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