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고전적인 저녁 식사란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5첩 이상의 반찬, 김치 포함 기본 두세 가지 국물 반찬, 밥 한 그릇, 그리고 ‘메인’이라 불리는 구이, 찜, 조림, 찌개류까지.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질문에는 단순한 메뉴 선택 이상의 무게가 실린다. 이는 단지 배를 채우는 문제를 넘어서, 일종의 주부로서의 책임감, 혹은 가족을 향한 정성과 헌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는 11년차 주부다. 남편이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면, 하루 종일 머릿속은 식사 준비의 시간표로 바쁘다. 며칠 분의 장을 미리 보고, 오후 업무 중간중간 반찬 재료를 씻어 놓거나 고명을 손질한다. 고기 요리를 할 날엔, 미리 고기를 재우고, 지난 밤 국을 미리 끓이며 썰어 놓은 야채를 볶고 굽는 순서를 머릿속에 그려 놓는다.
이 모든 과정은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누군가 크게 고마워하지도 않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생각했다. "꼭 그래야만 할까?"
주변 친구들은 다르다. 냉장고에 재료가 남는 게 부담스럽다며 아예 요리를 줄이고, 외식이나 배달에 의존하기도 한다. 또는 최소한의 재료로 소금과 후추만으로 맛을 내는, 이른바 ‘미니멀 건강 레시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현대인의 식사 풍경은 점점 간소화되고 있다. 이제는 나도 조금씩 그 흐름에 편승하여 한다. 종종 내가 치트키로 사용하는 '덮밥' 또는 '솥밥' 레시피들 그 중, 오늘은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쉽고 빠르고 맛있는’ 나만의 간단 한 끼 레시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달걀국을 곁들인 참치 비빔밥
재료: 밥, 참치캔, 상추나 깻잎,고추장, 참기름, 계란, 국간장, 파, 마늘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잘게 썰고, 참치는 기름을 제거한 후 고추장과 살짝 무쳐준다. 밥 위에 채소, 참치를 얹고 참기름 한 방울, 깨소금 솔솔 뿌리면 끝. 여기에 계란 두 알을 풀어 국간장 한 스푼,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휘리릭 끓인 달걀국을 곁들이면, 든든하고도 깔끔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반찬 따로 필요 없는 한 그릇 비빔밥이지만, 국물이 있으면 훨씬 위안이 된다.
나는 고추장을 넣지 않고 먹는 것을 즐긴다. 훨씬 덜 자극적이고, 칼로리로 낮아 부담스럽지 않은 메뉴다.
2. 양파채 달걀 덮밥
재료: 양파, 계란, 간장, 설탕, 후추, 밥
후라이팬에 얇게 썬 양파를 약간의 기름에 볶다가 간장 1스푼, 설탕 반 스푼으로 간을 맞춘다. 물을 조금 붓고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익힌 후, 풀어둔 계란을 부어 스크램블 형태로 익히면 끝. 밥 위에 부어 덮밥으로 먹는다. 재료도 조리도 간단하지만, 단짠단짠의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3. 소고기/돼지고기 채소 볶음
재료: 불고기용 고기(소고기 혹은 돼지고기), 양파, 당근, 파프리카, 간장, 설탕, 마늘, 참기름
- 냉동실에 얼려 둔 불고기용 고기를 해동한다. 간장 2스푼, 설탕 1스푼, 다진 마늘, 후추, 참기름으로 간단하게 양념한 후, 기름 두른 팬에 채소와 함께 볶아낸다. 고기와 채소의 조합은 언제나 옳고, 남은 반찬은 다음 날 도시락이나 밥반찬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간편하게 조리한 고기 반찬 하나로 밥 한 그릇이 뚝딱 해결된다.
4. 두부김치 덮밥
재료: 부침용 두부, 묵은지(또는 김치), 대파,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 설탕, 밥
- 두부는 두툼하게 썰어 노릇하게 부친다. 팬에 잘게 썬 묵은지와 다진 대파를 볶다가 고춧가루 1스푼, 간장 반 스푼, 설탕 약간을 넣고 잘 볶는다.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 밥 위에 볶은 김치와 두부를 얹으면 완성. 김치 하나만으로도 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복잡한 양념 없이도 훌륭한 메인요리가 된다. 비건식으로도 가능하고, 바쁠 땐 한 그릇으로 뚝딱 해결할 수 있어 좋다.
5. 감자채 치즈 오믈렛
재료: 감자, 계란, 우유 약간, 소금, 후추, 슬라이스 치즈 or 모짜렐라 치즈
- 감자는 채 썰어 찬물에 담가 전분기를 빼고, 팬에 기름을 두른 뒤 살짝 볶는다. 익은 감자에 소금 약간, 후추 간을 하고 따로 둔다. 계란을 풀고 우유 한 스푼을 섞어 부드럽게 만든 후 팬에 부어 약한 불로 익히다가, 중앙에 감자채와 치즈를 올리고 오므리듯 접어 마무리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한 번에 들어 있어 한 끼로 충분하다. 부드럽고 고소해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고, 케첩이나 핫소스 살짝 곁들여도 맛이 훌륭하다.
이처럼 ‘한 그릇 요리’는 정성 부족이 아니라, 생활의 지혜다. 매일 다섯 첩 반상을 차릴 수는 없지만, 사랑과 관심이 담긴 따뜻한 한 끼는 충분히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요리는 의무가 아니라 ‘함께 먹는 기쁨’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완벽한 상보다 중요한 건,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따뜻한 밥을 나눌 수 있는 그 소중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