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너,우리의 소울 푸드 떡.볶.이.

by Beige 베이지

글을 쓰기 전, 인스그램에 '떡볶이' 세 글자를 넣어 검색해보니, 스크롤을 넘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방방 곡곡 떡볶이 맛집을 소개하는 피드들도 넘쳐난다. 떡볶이가 이렇게나 사랑받는 음식이었나 새삼 깨닫는다. 물론 나도 떡볶이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가끔은 무작정 매운 떡볶이가 생각나서 동네 분식집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SNS 속 화려한 신상 떡볶이를 보며 당장이라도 배달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수저 대신 나무 꼬치로 떡볶이를 찍어 먹던 기억이 있다. 똑같이 매콤달콤한 양념을 입혔는데도 친구가 사준 떡볶이는 더 맛있게 느껴졌다. 긴 밀떡에 양념이 가득 배어 있어도, 양은 부족해 늘 국물까지 긁어먹던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떡볶이 국물에 튀김을 찍어 먹고, 김밥 한 줄도 양념에 흠뻑 적셔 먹던 우리들만의 분식집 풍경이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답게 집 냉동실에도 늘 떡볶이가 준비되어 있다. 판떡볶이 1kg을 사서 똑똑 떼어 서로 겹치지 않게 냉동해 두었다가, 먹고 싶은 날에는 멸치 육수링 하나만 넣어 간단히 끓인다. 간장 한 스푼, 고춧가루와 고추장 적당히, 그리고 설탕을 조금 더 얹으면 집에서도 그럴듯한 떡볶이가 완성된다.

요즘은 떡볶이가 정말 화려해졌다. 옛날 국물 떡볶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하다. 치즈가 듬뿍 올라간 크림 떡볶이, 매운맛을 다섯 단계로 나눈 매운 떡볶이, 짜장 소스를 더한 짜장 떡볶이, 심지어는 트러플 오일을 얹은 고급 떡볶이까지 등장했다. 떡볶이가 단순한 분식이 아니라 ‘요리’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친구들과 분식집이 아니라 카페처럼 꾸며진 떡볶이 전문점에 앉아 플라스틱 쟁반이 아니라 예쁜 접시에 담긴 떡볶이를 먹는다니, 분식 세대인 내겐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누군가는 떡볶이를 배달로만 먹는다. 누군가는 즉석 떡볶이집에서 냄비째 끓여 먹는다. 또 누군가는 집에서 혼자 판떡볶이를 꺼내 육수에 간단히 끓여 먹는다. 형태는 달라도 떡볶이는 여전히 우리에게 추억이자 위로이고, 누구에게나 소울 푸드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매콤한 떡볶이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다 큰 어른이 되어도 분식집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각자의 떡볶이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학교 앞 매점의 기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친구와 수다를 떨며 보냈던 청춘의 한 페이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떡볶이를 한 입 베어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잊는다.


오늘도 나는 냉동실에서 판떡볶이를 꺼내어 소울 푸드를 만든다. 자박한 국물에 파 한 줄기만 올려도 그만이다. 길고 늘씬한 밀떡을 한 입 베어 물며, 매콤달콤한 양념이 혀끝을 자극하면 입안 가득 추억이 퍼진다. 떡볶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우리라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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