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걷는파랑새 Mar 13. 2023

'불청객'을 만났다.

'불면'을 마주하다.

지독한 독감을 앓았다. 일주일 꼬박 시달렸다. 그리고 불면의 밤이 찾아왔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잠을 설쳐본 적은 있다. 꼬박 밤을 새본 경험은 거의 없는 듯하다. 젊은 시절 놀다가 밤을 새운 한 두 번의 경험, 혹은 그 이상의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기억에는 없다. 놀며 지새운 밤은 불면이 아니다.


불면은 자고 싶은데 자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는 고통이다.

늦은 밤 티브이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더라도 새벽 어느 시간이 되면 지쳐 잠이 들었었다.

다음 날 조금은 피곤해도 견딜만했다.

그래서 불면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자고 싶은데 밤을 꼬박 새우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불면의 밤'이 찾아왔다. 불면은 '불청객'이다. 3일이 지났고, 4일째가 되었다.

자려고 애쓰기보다는 다르게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글을 끄적인다.

누워 있어 봐야 시간만 보낸다. 자려고 애쓰는 것이 고통일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어디로부터 찾아온 불청객인가. 후유증?

소소한 감기야 누구나 겪는 것이고, 조금 심한 감기더라도 조금 아픈가 보다 하고 견디면 지나가는 것이 감기이고, 독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감기는 유독 힘들었다. 가족들은 '독감'이라고 했다.

감기가 찾아온 것은 나의 습관 때문이다. 몸을 살피지 않은 결과였고, 그 대가가 유독 컸다.

반성모드로 시간을 보냈고 이만하면 됐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불면이라는 추가 대가가 남아 있나 보다 생각했다.

당황스럽게 찾아온 불면에 대해, 독감 후유증이라고 가장 먼저 의혹을 들이댔다. 독감 그리고 불면을 입력하고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독감 후유증이 아니라도 한 두 가지 더 의혹이 추가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확한 자가 진단은 못 하겠다. 정한 원인은 알지 못하겠다.

수면 호르몬이 부족해지거나, 아니면 다른 호르몬 계통에 이상이 온 것일지도 모른다. 과도한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면서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본 적은 없다. '멘털 갑'이라는 말을 듣고 살아왔다. '정신의 문제는 아니겠지'라고 스스로 안심해 본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여하튼 불청객을 놓고, 요모조모 타진하고 따져보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감정, 느낌은 '당혹스럽다'이다. 이건 '뭐지?' 하는.


4일 차 되는 불면의 밤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 3일간의 회피 노력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잠이 안 오면, 그냥 밤을 새우면서 놀아보자고. 원래 올빼미, 부엉이 체질이었으니까.


밤새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자려고 애를 쓰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생산적인 시간으로 보내보기로 했다. 가다 보면 다시 길이 나오겠지. 이게 원래 나의 스타일이었으니까. 깨끗하게 불면을 인정하고, '부엉이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어쩌면 이게 또 다른 '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3일은 처음 맞닥뜨리다 보니 당황했다. 잠을 자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강박'을 부여한 것인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