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걷는파랑새 Apr 18. 2023

나와 함께 '좁은 회랑'을 거닐까요?

<좁은 회랑>을 읽고

좁은 회랑. 저자는 대런 애쓰모글루이다.

어느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이다. 두껍다.(896쪽, 출판사 시공사)

방대한 지적 여행의 결과물이다.

두 차례에 나눠서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게으름으로 다 읽지는 못했다. 중간중간에 조금 빼먹은 부분이 있다.

90퍼센트 이상은 읽었다.

한 번 읽고 말 책도 아니다.

세계사의 여러 흐름을 조망한 책이라서 간혹 궁금할 때마다 꺼내 볼 수도 있겠다.(얼마나 그럴지는 모르지만)




책을 쓴 저자의 대략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나의 해석, 이해는 이렇다.


이 책은 국가와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좋은 국가,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저자의 답이다.

책의 제목처럼 '좁은 회랑'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곳에 머무는 국가, 사회가 좋다.


좁은 회랑은 소위 국가와 사회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지대(영역, zone)이다.

경쟁하는 것은 서로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을 포함한다.   


국가는 본디 '리바이어던(괴물)'의 속성을 갖는 만큼 사회가 개입해서 국가의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통제받지 않은 사회는 무질서해지고 혼란에 빠질 수 있으므로 국가를 필요로 하지만, 이 국가 역시도 통제하지 않으면 결국 독재국가와 같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므로 국가 권력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일찍이 홉스 선생이 이야기했고, 우리는 사회 과목을 통해 배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을 통해 절대적인 국가 권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상호견제하는 원리이다.

국가 권력에만 맡겨 놓으면 국가는 '독재적인 리바이어던'으로 변한다.


심지어 삼권분립을 해도 독재 권력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서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견제받지 않는 국가 권력과 독재의 문제는 이제 초등학교 수준에서 다룰 이슈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사회의 현 추락 상황(?)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본 책과 별도로 쓰다 보니 드는 나의 더 개인적인 생각이다. 울컥!!)


독재적인 리바이어던, 독재 국가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누구나의 상식이다.

그렇다고 국가를 부정하는 것은 또 다른 오류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국가 없는 부족사회와 같은 사회는 실패한다. 국가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사회도 실패한다. 즉 무능한 국가도 답은 아니다.


국가의 부재도 아니고, 독재국가가 아닌 유능한 국가, 역량 있는 국가가 필요하다. 이 또한 당연하다. 관료집단과 같이 국가를 구성하는 국가 권력기관들이 유능해야 한다.


국가가 힘을 갖고 있을 때 국가는 종교와 같은 규범의 우리에 포획되지 않을 수 있다. 인도는 여전히 카스트제도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종교적 규범들이 개인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좋은 국가, 역량 있는 국가들은 종교나 낡은 구시대의 규범들이 개인들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이러한 낡은 규범들을 교묘하게 권력유지를 위해 활용한다.


국가의 역량과 함께 사회가 잘 조직되어 있어야 한다. 독재 국가가 들어서지 않도록 국가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사회의 역량이 필요하다. 삼권분립과 같은 민주적 통제기관이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과 같이 잘 조직된 시민사회, 노조와 같은 조직들도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서로 경쟁(견제)하고 협력할 때 비로소 그 국가는 '좁은 회랑'에 들어선 것이다. 이 좁은 회랑으로 들어서는 것도 어려운 과제이지만, 달리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자전거 페달을 지속적으로 밟지 않으면 좁은 회랑에 머물기 어렵다.


즉 국가와 사회는 좁은 회랑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해가야 한다. 국가는 더욱 유능해지는 방향으로, 사회는 더욱 참여적인 방향으로. 잠시 한 눈을 팔 면 어느새 '독재적인 리바이어던'이 등장한다. 포퓰리즘의 이름으로, 또는 다른 얼굴을 하고서.   


저자는 좁은 회랑에 머물러 있는 사회를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한다.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간직해 온 미국 등 그 외 나라들도 좁은 회랑에 머물러 있는 사회라고 언급한다.  


이 책을 읽고 이해한 대강의 문제의식이다.




미국은 트럼프가 포퓰리즘을 표방하며 집권한 바 있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다.

세계 여러 곳에서 극우 정치세력들이 더욱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교훈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어디쯤에 서있는 것일까.

국가는 역량을 키우고 유능해지고 있는 것일까.

사회는 국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더욱 잘 조직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좁은 회랑에 들어서있는 것일까.

좁은 회랑으로부터 멀이 지고 있는 것일까.




저자들의 방대한 지적 탐구는 그저 놀랍다.

독자들은 책의 두께에 주눅 들 필요 없이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세계사의 교양을 배우면서, 저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해 간다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생의 삶’을 살고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