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3년 + 인하우스 1년 경험자의 솔직 비교
마케터 취업 준비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대행사랑 인하우스 중에 어디가 나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다'인데, 그게 너무 뻔한 답이라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다른지 적어보려고 한다.
디지털 대행사에서 3년, 이커머스 인하우스에서 1년 일해본 입장에서.
대행사에서의 아침은 대시보드 확인으로 시작한다.
메타 광고관리자 열어서 어제 돌린 캠페인 CPC 확인하고, 구글애즈에서 전환수 체크하고, GA4 들어가서 캠페인별 유입이랑 전환 경로 확인하고. 담당 클라이언트/캠페인이 많으면 이것만도 1시간 정도 걸린다.
성과가 이상하면 바로 원인 파악 들어간다.
'어제 CPC가 왜 이렇게 올랐지? 오디언스 피로도인가, 소재 문제인가?' 오전 중에 분석 끝내고,
점심 전에 클라이언트한테 공유할 데일리 리포트 정리해야 한다.
인하우스에서의 아침은 좀 다르다. 광고 성과도 보지만, 더 중요한 건 어제 실제 매출이다.
자사몰 어드민 들어가서 결제 금액 확인하고, 환불/취소 건수 체크하고, 상품별 판매량 본다.
광고로 전환 100건 찍었는데 그중 30건이 취소됐다면, 광고관리자에서는 안 보이는 문제가 있는 거다.
대행사는 '광고 성과'가 중심이고, 인하우스는 '실제 매출과 이익'이 중심이다.
같은 마케터인데 보는 숫자가 다르다.
대행사에서 가장 아쉬운 건 '결국 광고 데이터밖에 못 본다'는 거다.
ROAS가 좋게 나와도 실제로 그 캠페인이 돈을 벌어다 줬는지는 광고주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상품 마진율, 환불율, 재구매율 같은 건 물어봐도 잘 안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인하우스는 다르다. 실제 매출 데이터를 본다.
ROAS 높게 찍힌 상품이 사실은 마진이 5%라서 광고비 쓰면 적자라는 것도 알 수 있고, 반대로 ROAS는 낮아 보여도 재구매율이 높아서 장기적으로 이득인 상품도 구분할 수 있다.
CRM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광고로 데려온 신규 고객 중 몇 %가 3개월 내 재구매하는지, 고객 생애 가치(LTV)가 얼마인지. 이런 걸 알면 '이 채널에서 CPA 2만 원 써도 괜찮은 건지 아닌지' 판단이 달라진다.
대행사에서는 그냥 'CPA 낮추세요'만 듣는 경우가 많다.
재고 데이터도 있다. 인하우스에서는 재고 소진 임박한 상품은 광고 끄고, 재고 많은 상품은 푸시하는 게 자연스럽다. 대행사는 광고주가 말해주지 않으면 재고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대행사에서 가장 답답한 건 '광고주 승인 대기'다. 새로운 타겟 테스트하고 싶은데 클라이언트 담당자 휴가라 3일 동안 멈춰 있을 때, 그 스트레스는 겪어본 사람만 안다.
반대로 광고주가 'OK' 한 번 하면 바로 캠페인 세팅하고 라이브 올릴 수 있다는 속도감도 있다.
인하우스는 외부 승인은 없는데 내부 결재가 있다.
예산 10% 올리려면 팀장 컨펌, 큰 금액이면 마케팅 이사님까지.
새로운 채널 테스트하려면 품의서 써서 올려야 한다.
카카오 모먼트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행사는 '외부 승인' 기다리고, 인하우스는 '내부 결재' 기다린다. 답답한 포인트가 다를 뿐이다.
대행사 3년 동안 화장품, 건기식, 패션 쪽을 주로 경험했다.
업종마다 캠페인 접근이 다르다는 걸 배웠다. 물론 같은 업종이라도 브랜드 인지도나 객단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니까, '이 업종은 이렇게 하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하면 적응 속도가 빨라지는 건 사실이다.
인하우스 1년은 반대였다. 한 브랜드만 팠다.
우리 고객의 구매 패턴, 계절별 매출 추이, 경쟁사 대비 강점/약점, 신상품 반응까지.
그리고 광고 데이터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 - 고객 문의 패턴, 반품 사유, 재구매 주기까지 알게 됐다.
제너럴리스트가 될지 스페셜리스트가 될지, 커리어 방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둘 다 해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니어 때는 대행사가 나을 수 있다. 다양한 업종, 다양한 캠페인을 경험할 수 있다.
광고 운영의 기본기를 빠르게 익히기 좋다.
3~4년 정도 대행사에서 경험을 쌓은 다음에 인하우스로 가면, 그 기반 위에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처음부터 인하우스에 가면, 한 브랜드는 깊이 알게 되는데 '다른 업종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좋아하는 브랜드나 업종이 확실하다면 처음부터 인하우스 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건 내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왜 거기에 가고 싶은지' 자기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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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대행사 vs 인하우스' 검색하면 비슷한 글이 많이 나온다.
근데 대부분 한쪽만 경험한 사람이 쓴 글이다.
둘 다 해보면 '어디가 더 좋다'보다 '나한테는 어디가 맞다'로 생각이 바뀐다.
지금 고민하고 있다면, 현직자 만나서 실제 하루 일과가 어떤지 물어보는 걸 추천한다.
링크드인이든 블라인드든 용기 내서 연락해보길. 30분 대화가 인터넷 후기 100개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