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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언니 Dec 07. 2023

누군가 나를 미워할 때

나를 미워한 평행이론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 백색소음을 배경음으로 정하고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얼마나 읽었을 까? 남향으로 나있는 발코니 창을 통해 내 발끝을 햇볕이 간지럽힌다. 결국 소설책을 읽다 말고 몰랑거리는 느낌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지나는 구름들을 바라본다. 멍하니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드는 생각이 요즘처럼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오후 햇살처럼 평화로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가만 생각해 보면 20대에도 30대에도 유독 윗사람에게 미움을 많이 받았더랬다. 원인 없는 미움은 없겠지만 지독히도 평행이론 같은 미움에 상처 그 이상으로 힘들었다.  이번엔 그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 처음 받아 본 미움

 참 나를 헷갈리게 하는 상사였다. 잊을만하면 나의 권고사직을 건의한다거나 (물론, 그 부분은 원장님이 차단했다고 한다) 후배 직원들에게 내 험담을 한다거나 알아듣지 못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웃으며 농담인 듯 욕(어감이 좋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뜻을 물어봐서 알게 됨)을 했으며 실수를 하면 다른 직원을 옆에 놓고 마치 나에게 할 말을 그 직원이 들으라는 듯이 노룩(?) 호통을 쳤다. 아 이건 좀 아니다 싶어 표정이 안 좋아질 때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선물도 사주며 나에게 또 잘 해줬다.


 이 사람은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어려운 부류의 사람이었다. '모 아니면 도' 같은 나로서는 이해하기힘든 처세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뭐 ‘이건 또 뭐야?’ 이런 생각으로 실컷 때린 후 주는 호의 따위라며 내던져 버렸겠지만 그때는 어린 사회초년생으로서 금방 풀어지고 다시 좋아질 때쯤 뒤통수 맞는 것 같은 상처받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왠지 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기분 좋을 땐 장단맞추며 나도 신경 안 쓰는 척하고, 어쩔 땐 보란 듯이 똑 부러지는 말들로 덤비기도 했다. 그렇게 가까스로 버티면 버틸수록 천성이 마음 약한 나로서는 혼자 남았을 때 곱씹으며 내 안으로 점점 깊게 곪아갔다.


'나는 왜 미움받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잘 못 된 것일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 잘 못인것 같아 자책하고 꼬여만 가는 못난 생각의 꼬리는 나의 숨구멍을 조여왔다. 서글펐다. 잘 지내고 싶다가도 공격당할 때마다 나를 방어하는 꼬락서니가 불쌍하기도 해서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근데 그때는 왠지 버텨내지 않으면 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나는 신장이 거르지 못해 소변으로 단백질과 적혈구를 흘려보내는 사구체신염이라는 만성질환을 얻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제야 양손에 쥐고 있던 것들 모두 털고,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 두 번째 받아 본 미움


  둘째 아이를 낳고 복직한 직장에서 만난 상사​였는데, 그 얘긴 1화, 2화에 나와있는 내 주변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그분이다. 그때도 역시 10년 전의 일은 생각도 못하고 같은 태도로 방어를 했으니 상대의 미움은 커져만 갔고, 나는 버텨보겠다는 심산으로 가볍게 넘기는 척했다. 그러면서 못나게도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은 다 귀담아 들어버려 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참 못난 행동인걸 알면서도 그 말들을 가벼이 넘기지 못했던 것이다.






 근데 왜 두 가지 미움이 평행이론일까?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10년을 주기로 나타난 이분들은 서울과 지방에서 만난 분들이지만 나이가 동갑이었다.
 원장님과 직원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사람이다.
 결혼 후 원하던 2세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그러지 못하셨다.
 형제 많은 집안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어쩌면 내가 먼저 숙여주길 바랐던 것 같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의 과거였을 뿐이었는데, 나는 거기까지 가서 부지런히 이유를 찾아냈다. 사람대 사람으로 보면 이런 부분들 때문에 그사람들에게조금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10년 전으로, 5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그 사람들을 만난다면 나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각각의 직장들로 첫 출근 하던 날, 내 마음은 나에게 외쳤다.

"앗,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이다. 도망쳐!!"

그럼에도 들어간지 얼마 안된 곳이니 버텨내야한다고 매일 아침 나를 그곳으로 몰았다.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딱 1년, 그 기간까지만 해볼만큼 했다 생각하고 미련없이 나올 것이다.


 관계속에서 큰 굴곡을 지나와서 그런가? 요즘의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하다. 누가 나를 미워하든 내가 먼저고, 누가 나를 시기하든 내가 최고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이 보내는 나쁜 시그널에 신경이 무뎌진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털어내 기 위한 것들(글쓰기, 책 읽기, 운동하기)을 함으로써 애써 무겁게 문제를 이고 지고 있지 않을 것이며, 내 마음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미움에 버티는 삶으로 인생을 폐허속에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우선순위로 해야 행복하다는것과 건강한 관계란 바로 이런 순간에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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