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얼마나 더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요?
1.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류이치 사카모토
© gkumar2175, 출처 Unsplash
앞으로 얼마나 더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많이 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2.
우리의 삶은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삶은 그냥 삶입니다.
살면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일들도,
너무 간절히 원했던 일도 좋고 나쁜게 아닙니다.
그냥 벌어진 것입니다. 그냥 일어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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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하는 일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요즘은 그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잘 안됩니다.
특히나 불안이 올라올 땐, 여전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용쓰는 것 같습니다.
3.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그럴 수록 불안은 더 찾아오겠다는 것을요.
반응이 클수록 놀리는 사람도 더 재미를 느끼듯이,
반응이 클수록 불안도 더 만족해하는 것 같습니다.
반응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 두려움, 공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요.
하지만, 그 찰나를 견디고 나면, 조금 긴 시간 동안 평화를 선물 받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잘 되진 않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거리두는 방법을 깨닫습니다.
특히 매일 아침 쓰는 모닝페이지가 실은 제 구원자였다는걸 깨달아요.
글을 쓰며, 감정과 거리를 둡니다.
왜 이렇게 불안했을까 써보기도하고, 들여다보면서 나를 봅니다.
4.
내 뜻대로 안되어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나는 지극히 작은 분자입니다.
매일 넘어지고, 실수합니다.
상처를 주고 받으며,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 뜻대로 다 이루어졌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5.
작년의 저는 인생의 밑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최초로 가장 소중한 걸 잃었습니다.
희생자인척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란걸 깨닫습니다.
나는 피해자가 아닙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 온 것입니다.
어느 순간엔 조금 더 강렬하게, 어느 순간엔 세밀한 음성으로 삶은 늘 내게 말을 걸어 옵니다.
그때의 내 삶은 나에게 지진과 같은 음성으로 말을 걸어왔던 것입니다.
그 음성에 시나브로 응답해가자, 조금씩 삶이 달라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나를 피해자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나를 '참 나'로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6.
나도 모르게 방어기제가 나오는 상황과 사람이 있습니다.
불편해서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요.
그러나 그들이, 그 상황이 내가 들여보지 않고 있던 나의 어두움을 환하게 비춰준다는 생각이듭니다.
오히려 고맙고 미안합니다.
나는 그들을, 그 상황을 정말 많이 미워했거든요.
그때에도 나는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쳤던 것 같습니다.
이젠 가만히,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의 어둠을 마주하는 일은 여전히 괴롭지만, 괴로움을 통과하면 분명 따스한 빛이 비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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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기적이었습니다.
당연히 하느님은 나에게 모든 것을 주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하는 집, 내가 원하는 아이, 내가 원하는 삶, 내가 원하는 인생...
그러나 하느님은 제게 그런 것을 주셔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하느님이 제게 주신 것들은 모두 은총과 사랑으로 제게 아낌 없이 주셨던 것들입니다.
우연히 마주한 이 말씀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에브라임아,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이스라엘아, 내가 어찌 너를 원수의 손에 넘기겠느냐? ......
너를 버리려고 하여도, 나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구나!
너를 불쌍히 여기는 애정이 나의 속에서 불길처럼 강하게 치솟아 오르는구나.
아무리 화가 나도, 화나는 대로 할 수가 없구나.
내가 다시는 에브라임을 멸망시키지 않겠다.
나는 하나님이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너희 가운데 있는 거룩한 하나님이다.
나는 너희를 위협하러 온 것이 아니다.
호세아 11:8-9
제가 아무리 부족하다 한들, 하느님의 불타는 사랑보다 더 크겠습니까?
그러니 실수하고 넘어져도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분노보다 사랑이 더 큰데, 제가 뭐라고 쉬운 절망에 저를 가두겠습니까?
제가 어떻게 감히 저를 미워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직, 부족한 고백이지만, '하느님 한 분으로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