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다스리는 방법
1.
안녕,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너에게 나는 이제서야 안부를 묻는다.
너는 참 성실하기도 하지.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와 나에게 말을 건다.
옛날의 나에게 너는 없애야 할 적군이었어.
너는 내 곁에 잠시도 있어서는 안돼는, 반드시 물리쳐야 할 존재였지.
그런데, 그럴수록 너는 더 커져갔어. 손쓸 틈도 없이 말이야.
2.
누군가가 그러더군, 너는 폭풍과 같은 존재라고.
폭풍은 머물기 위해 찾아오는게 아니라, 지나가기 위해 온다고.
그 말이 마음에 심겨졌어.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전혀 손이 닿지 않았던 구석의 먼지들이 세상으로 나오는 것처럼,너도 지나고 나면, 내가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던 마음이 보일거라고.
그러니 폭풍이 지나갈 때 맞서 싸우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이야.
각자 안전한 자리에 앉아서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너가 찾아 올 때에도 나의 가장 안전한 곳에서 너가 지나가도록 기다려야한다고.
그러면 반드시 너는 지나갈거야.
그리고 나는 조금 더 깨끗해질거야.
3.
그런데 너는 참 자주도 찾아온다.
폭풍은 어쩌다 한번 지나가는데, 너는 이웃사촌처럼 아주 가까이에 있어.
그때마다 안전한 장소를 찾고, 너가 지나가길 기다리는게 조금 버겁단 생각이 들더라고.
어느날 누가 또 그러더라.
너는 사실 친구라고. 너는 나를 망하게 하기 위해 찾아오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나를 걱정하기에 찾아온다고.
아, 그말이 맞아!
너는 누구보다 나를 걱정해. 누구보다 내가 안전하기를 바라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
그렇기 때문에 너는 너의 방법대로, 최악의 상황들을 생각해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거지.
갑자기 너에게 눈물나게 고맙기 시작했어.
너는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내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고, 내가 안전하기를 바라는구나.
그래, 너는 나의 소중한 친구다.
너의 방법대로 계속 나를 지켜줘.
4.
나는 나의 방법대로 나를 지킬게.
나는 매번 넘어지고 실망하게 되더라도 끝까지 반드시 잘 될거라고 믿기로 했어.
최악의 상황보다, 가장 원하는 최선의 상황을 생각하며 내 것이 되리라고 날마다 생각해.
나는 이제 너를 마주할 때마다, 조금씩 반가움을 느껴.
'또 나를 지켜주고 싶어서 찾아왔구나.'
나를 걱정해 찾아와주는 너는 반갑지만, 내가 믿기로 한건 내가 원하는 상황이야.
이미 내 상상에서 현실이 된 일들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5.
대신 너는 내게 깨달음을 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고,
나의 능력 밖의 일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너는 나에게 그런 깨달음을 주는 존재야. 그러니 너에게 참 감사해.
너를 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후, 너는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분으로 나를 지나다녀.
너는 내가 아니고, 나도 너가 아니기에 그저 나의 일부로서 말이지.
어느날은 조금 오래 있다가 가고, 어느날은 잠깐 안부인사만 하고 갈 때도 있어.
모든 순간 환영해.
늘 고마워. 사랑해.
* 불안에 대해 참 많이도 고민하고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왜 벗어나려할수록 선명해지는 걸까,
그렇다고 받아들인다고 해도 왜 여전히 두렵고 괴로운걸까...
어느날 한 승려가 말합니다. 불안은 너의 친구라고.
불안은 우리를 망하게 하기 위해 찾아오는게 아닙니다.
나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기에 행여나 내가 깨질까, 다칠까 노심초사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벗어나려하지 말고, 그냥 불안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리고 불안에게 말을 겁니다. 너의 방법대로 계속 나를 지켜달라고.
아마, 불안은 계속해서 나를 지켜줄 겁니다.
나는 불안의 호위를 받아며, 내가 나아가야할 길로 계속 나아가면 되는 것이지요.
오늘도 어김없이 불안이 찾아옵니다. 온갖 상상과 함께요.
환영합니다. 오늘은 오래 머물지 않고, 인사만 하고 떠났어요.
불안이 지나고 난 자리에는 용기를 심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용기,
내 능력 밖의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불안은 혼자 다니지 않습니다. 잘 들여다보기만 하면, 나의 가능성과 지혜가 담겨있어요.
나의 소중한 불안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를 지켜줘서 고맙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