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오늘도 살아서 푸딩 한 스푼 떠먹는다.

by 반짝반짝 민들레

하루에도 대체 몇 번씩 자아를 갈아끼워대는건지.

어제는 전쟁이었다가 오늘은 평화롭다. 이것이 전쟁과 평화인가?


오늘은 평화를 맞이한 기념으로 석촌호수 윗길을 잠깐 걸었는데, 멋들어진 필체들이 나무에 죽 걸려 있었다.

그걸 좀 찬찬히 볼 수 있도록 떨어트려나 놓지, 다닥다닥 나란히 붙어서 뭘 더 집중해서 봐야할지가 어려웠다.

그래도 기분은 상큼하니 괜찮았다. 아주 간만에 느껴보는 기분인데, 이 기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모찌 2호의 오열이 한몫 단단히 했다. 고맙다.


돌아오는 길에 훗카이도 밀크푸딩이라고 쓰여있는, 애들 요거트만한걸 하나 샀다.

푸딩은 좋아하지도 않는데, 벚꽃이 필랑말랑한 걸 보고 와서인지 일본 비스무리한 걸 먹어보고 싶었나보다.

집에 돌아와 아침에 듣지 못했던 클래식 라디오를 다시듣기 틀어놓고 푸딩 한 스푼을 떠먹었다.

숨 돌리고 살아서 떠 먹는 푸딩은 달다 달아.


이따 모찌들이 돌아오면 푸딩으로 저장해 둔 당분을 아낌없이 소모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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