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외동 놀이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공감할 것이다. 물론 아빠도. 딱 꼬집어 '엄마'라고만 한 이유는 우리집 큰아들은 공감력이 조금 부족한 로봇T라서 분풀이로다가..
아무튼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아이들한테 사랑을 반 뚝 잘라 나눠주는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자매로 자란 나는 당연히 그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은 없지만, 우리집 큰아들(=남편)은 본인이 외동이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 죽 듣다보면 나는 자매라 너무 좋고 우리애들은 쌍둥이라 너무 좋다, 생각만 든다. 남편의 '외동이 좋은 이유'는 물질 소유시 분배없이 오롯이 본인것이라는데서 오는 만족감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우리 애들한테도 뭔가를 부족힘 없이 다 사주려고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어 난 또 단도리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되니 이제 진짜 그만 해.
자매인 나는 어릴적 동생이랑 싸운 적이 거의 없다. 나이차는 4살이었지만 집에서는 그림책도 읽어주고 숙제도 도와주고 잔소리도 해주고.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나누어 먹고, 한대뿐인 컴퓨터를 놓고 그 당시 너무 재밌었던 뿌요뿌요를 시간 정해놓고 사이좋게 했다. 동생이 있어서 불만인 적이 없었다. 나눠먹는다고 싫지도 않았고 나눠 가진다고 짜증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았으니 불만 가질일이 없었다.
처음에 쌍둥이 임신을 확인하고 한 2주 침대랑 딱 붙어 눈물만 흘려댔는데, 지금은 쌍둥이라서 너무 좋다. 임신한 상태였을때 배가 너무 무겁고 숨이 차고 잠 자기도 힘들어서 "한방에 둘을 해결하네" 같은 공감능력 바닥치는 얘기가 제일 싫었는데 낳아서 키우니 그래, 어차피 아이 둘을 낳을거면 임신을 두 번이나 하는 건 비효율적이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쌍둥이에 호의적인 사람이 되다니..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싫어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잘 노는 아이 둘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가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남편에게 제안한것이 아이 한명씩 맡아서 단둘이 데이트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 소스는 사실 야야가 22개월에 언어상담센터를 방문했을때 상담사님께 얻었다. 야야와 냐냐는 발달 속도가 다르니 한명씩 맡아서 놀러다녀보고 해보라고. 냐냐가 말이 좀 더 빨리 트인 반면에 야야는 오히려 냐냐보다도 섬세하게 알아듣는데 발화가 늦어 조급한 마음에 두돌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상담센터에 갔던 것이다. 엄마랑 상담사님의 대화를 알아들었는지 놀랍게도 바로 그 다음날부터 야야는 최대한 말 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32개월인데 발음만 어설프지 자기들 이모보다도 말을 더 잘 한다. 요근래 부쩍 그림책에 나오는 문장이나 낱말들의 뜻을 물어보기도 한다.
"엄마, 샘 나는 게 뭐예요?"
"엄마가 만약 냐냐만 '아이 예쁘다'하면서 예뻐하면 야야 마음이 어떨까?"
(급 풀 죽은 표정으로) "너무 슬프고 기분나쁠 것 같아"
"그 마음이 '샘 나는 거'야"
"엄마, 맞장구치는게 뭐예요?"
"냐냐가 야야한테 재밌는 얘기를 해줬는데, '맞아맞아 나도나도!' 할 때, 그걸 '맞장구 친다'고 하는거야"
최대한 32개월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게 관건인데, 어떤 건 정말 해당 단어가 아니면 표현이 안돼서 난감한 것들도 있다.
아무튼 언어 상담센터 이후부터 시작된 이른바 '외동놀이'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어제는 내가 야야와 백화점엘 갔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지만 아이랑 버스를 타면 좋겠다 싶어 좀 더 걸어가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가 다른 길로 가는 게 아닌가.. 버스는 그렇게 딱 한 정거장까지만 타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지하철도 딱 한 정거장이었는데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게 짧게 버스와 지하철을 다 경험해 본 야야는 버스가 더 재밌었다고 했다. "엄마도 버스가 더 좋은데!" 또 이렇게 공통점을 찾는다.
야야와 나는 평소 즐겨입는 옷 매장에 들어가 가을 신상으로 나온 분홍색 원피스를 골랐다. 사실 공홈에서 먼저 찾아 아이들한테 사진을 보여줬는데 반응이 좋아 미리 찜 해두고 고른 것이다. 야야를 거울 앞에 세워놓고 옷을 대 보았는데 야야가 무척이나 환하게 미소지었다. 곧장 결제하고 유아휴게실에서 야야와 나의 차분한 '단둘이 데이트'를 했다. 비스킷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야야. 쇼핑백에 담긴 옷을 보며 "이건 가을에 입어요?" 물어보는 귀여운 야야.
네 가족 모두 나와도 좋지만, 이렇게 단둘이 나와서 조용히 앉아있으면 그것도 또 너무 좋다. 내 관심을 오롯이 야야한테만 쏟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야야 표정이 너무 좋아보였다.
두 딸 모두 사랑하는 내 딸들이지만 유난히 나와 성격이 잘 맞는 딸, 남편과 성격이 잘 맞는 딸이 있다. 나는 야야와 성격이 매우 비슷하고 잘 맞아서 둘이 말없이 있다가도 눈 마주치면 서로 원하는 걸 알아주는 편이다. 반면에 남편과 냐냐는 쿨한 면모도 닮고 요구사항이 많은것도, 집요한 것도 닮아서 남편은 냐냐와 둘이 다니는 게 굉장히 맘 편하단다.
그런 남편과 냐냐는 어제 마트에서 우리집 고양이 포함한 온 식구 선물을 냐냐 손으로 직접 골랐다고 했다. 거침없고 정 많은 성격, 과연 냐냐답다.
집에 가기전이 두 팀(?)이 만났다. 야야는 반갑게 웃으며 냐냐를 맞이했지만 특별한 말은 없었고, 냐냐는 본인이 마트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물건들을 골랐는지 나와 야야를 만나자마자 재잘재잘 했다. 성격이 아주 잘 보인다.
집에 가는길, 하늘과 구름의 경계가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밤이 될건가봐요." 야야가 말한다. 더 어릴때부터 하늘색이 바뀌는 걸 시시각각으로 보며 즐거워했던 야야. 나는 야야가 전하는 하늘빛 이야기가 정말 좋다. 집에 도착하니 하늘이 금세 어두워졌고 둥근 보름달도 보였다. 보름달이 떴다며 즐거워하는 두 딸들.
채워지고 비워지고, 또 채워지고 또 비워지는 달.
아이들에게 전하는 내 마음도 달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뚝 잘라 반 나눠주고 끝'이 아니라, 비워지면 또 채워지고를 무한반복하니까 말이다.
그래보이는 달도, 원래 모습은 365일 늘 둥글게 가득 차 있다. 스스로 빛을 못 내니 태양의 도움을 받고.
아, 사랑스러운 나의 태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