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부끄러울 따름이다

by 반짝반짝 민들레

어제 아침, 언제나처럼 등원하기 전에 집 앞 공원을 한바퀴 크게 돌았다. 아침 저녁으로 더위가 조금 꺾여서 이제는 아이들의 작디작은 머리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지 않는다. 어제는 유난히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애들이 "구름이 하나도 없다" 라길래 "오? 구름은 다 어디갔을까?" 물어보니 야야가 하는말,

"구름이 햇님 뒤에 다 숨었나봐"



어제 저녁, 자러 들어가기 전 아이들이랑 '아가와 돌봄선생님 놀이'를 했다. 아가는 내가 맡고, 돌봄선생님 두 분은 야야와 냐냐가 맡았다. 아이들을 아주 어릴 때부터 20개월동안 너무나 사랑으로 봐주셨기 때문에 애들도 돌봄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돌봄선생님 역할놀이. 내가 아가처럼 울고 있으면 분유도 주고 이유식도 주고 토닥토닥 잠도 재워준다. 그런데 야야가 느닷없이 "아가야 눈에 주사맞아야지" 하더니 내 눈꺼풀에 주사를 놔주었다. 순간적으로 놀라고 아파서 "아야!" 외치고 그렇게 하면 다칠 수 있으니 눈에는 절대 주사장난감으로도 장난치면 안된다고 정색을 했다. 그 후로 그냥저냥 잘 놀았는데, 자러 들어가서는 소등하니까 나한테 오더니 내 눈에 뽀뽀를 여러번 해 주었다.

"아까 눈에 주사놔서 아플까봐 눈에 뽀뽀해주는거야."

진짜 감동이었다. 저 작은 아기가 그걸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니. 정말이지 나보다도 남편보다도 낫다. 아이들이란...



야야와 냐냐는 요즘들어 잘 놀기도 잘 노는데 싸우기도 잘 싸운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일까? 싶을 정도의 엄청난 기세로 말이다. 어제도 둘이 놀다가 단골 레파토리 '니꺼내꺼'로 싸우는데 갑자기 냐냐가 야야 머리칼을 확 잡아채고 안놔주었다. 내가 옆에서 소리를 지르든 그냥 마이웨이였다. 나는 당장 그 둘한테 가서 냐냐 엉덩이를 '팡!' 했다. 냐냐가 너무나 서럽게 엉엉 울었다. 그 얼굴을 보는 나는 아차 싶었다. 그래서 "그래도 엉덩이 팡!은 안되는데, 엄마가 미안해." 라고 우선 사과했다.

"엄마가 안말렸으면 야야 머리칼이 쥐어뜯길 뻔했어. 그래도 미안해. 엄마 별로지?"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아니, 그래도 엄마가 너무 좋아."



역시나 나는 애들한테 많이 받는 것 같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낳아서 키운 것 밖에 없는데.

아이들의 언어로 내 지저분한 때가 씻겨지는 기분이다.




윤동주의 시 중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라는 구절이 빙글빙글 머릿속을 도는 요즘이다. 난 해준 것이 없는데 무작정 받기만 하니 말이다. 정말이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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