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아이들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by 반짝반짝 민들레

이제 막 33개월이 된 우리집 쌍둥이는 키가 93.5cm정도에 몸무게는 13kg정도 나가는 아직 아주 작고작은 아기들이다. 이란성 쌍둥이들의 성장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집 일란둥이는 누가 많이먹고 적게먹고와 관계 없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게 자란다.

어제는 그토록 싫어하는 시금치를 다 먹었다며 (양 손가락을 쫙 펼쳐보이며)"나 시금이 이렇-게 다 먹었어. 이제 키 쑥쑥 커서 자전거 탈 수 있겠다!" 라고 자가평가한다.


발음이 아주 또렷하진 않지만 말은 정말 잘 하는 편이다.(나는 누가 주변에서 아이들 말 잘한다고 하면 "그냥 입만 살았어요" 하고 멋쩍어한다. 실제로도 멋쩍긴 해서..)

내 기준 말을 잘 하는 건 본인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고 감정표현에도 거침없는 것인데, 둘 다 그 기준에 부합한다. 아이 둘의 스타일은 너무나 다르다. 야야는 냐냐보다 발음이 조금 덜 또렷하지만 냐냐보다 훨씬 더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며 표현이 꽤 시적이다.


며칠 전에는 귤을 까 먹는데, 귤 하나를 이렇게 들어올려 보이더니 "엄마, 귤이 가느다란 초승달 같아요" 하는데 흠칫했다. 뭐? 귤에서 초승달을 떠올려...?

야야는 산책하다가 하늘 보는 걸 참 좋아한다. 며칠전엔 하늘에 있는 구름이 신기하다며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라고 했다. 등원길에 꼭 집 앞 공원을 산책하는데, 비가 오고 갠 아침 풀밭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빗방울 구슬이 반짝반짝해요" 라며 본인 눈을 반짝였다.


오늘 아침에는 같이 병원가는 길에 비가 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웅덩이가 크고 작게 나 있었는데 그걸 보고는 "비둘기도 목 마르니까 물 마시고 아이 시원하다~ 하면서 좋아하겠지?" 라고 했다. 엄마는 비둘기를 무서워하는데 아이는 아직 비둘기는 그래도 괜찮은건지 비둘기의 갈증을 걱정해준다. 날이 흐리면 "구름이 햇님을 감싸주고 있나봐", 날이 맑고 구름한점 없으면 "구름이 햇님 뒤에 숨었나봐" 하는 아가 시인 우리 야야. 엄마는 다 메말라 비틀어진 감성을 우리 야야는 소중히 간직중인 것 같다.


반면 냐냐는 플러팅(?)에 강하다. 어디서 그런 멘트를 배워오는건지 심장이 간질간질하다.

아이들이 26개월쯤 됐을 때, 애들아빠랑 냐냐가 손 잡고 산책을 하고 있었단다. 냐냐가 여기저기를 둘러보길래 애들아빠가 "냐냐 지금 뭐 보고 있어?"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 "파란 하늘보고~ 나무도 보고~ 초록초록 풀도 보고~ (아빠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리고 아빠 보고 있지!"

남편이 뭐에 감동받는 일이 크게 없는데, 이 말을 나에게 몇번이고 할 때마다 눈에 불을 그렇게도 켜댔다.


또 언젠가는 따로데이트 할 때 냐냐와 아빠가 한 조로 데이트를 했는데, 아빠 목마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멀찌감치서 야야와 엄마를 발견하고는 아빠한테 다급히 내려달라고 하더니 "야야가 아빠 보면 나도나도!! 안아줘!! 할거야. 그럼 아빠 힘드니까 빨리 내려줘. 야야가 보기 전에" 하더란다.


아까 저녁엔 자러 방에 들어가서 나랑 냐냐가 마주보고 옆으로 누워있는데 내 얼굴을 이렇게 쓰다듬더니 "엄마도 얼굴 부드럽다"고 말했다. 아니.. 남편한테도 못 들어본 말을... 순간 심쿵해서 "아니야, 냐냐가 훨씬훨씬 더 부드럽고 또 예쁘지"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니야. 엄마도 엄청엄청 예뻐". 냐냐는 어디 무슨 학원을 다니는 게 아닐까?


이런 아이들이지만 힘든 부분도 많다. 아가들이기 때문에 잘 안 되는 부분들이 분명 있는데 그게 바로 울음이다. 아이 하나만 울어도 너무 힘든데 우리는 요즘 울음이 전염되는 것 마냥 둘 다 운다. 울지 않아도 될법한데 운다.

아까 낮이 그랬다. 냐냐가 낮잠자기 전 놀다 배를 압박해서 게웠다. 힘겹게 토한 게 아니라 정말 그냥 위로 올렸다. 그리고 멀쩡했다. 그런데 갑자기 야야가 엄청나게 울기 시작했다. 왜 우는지 이유를 찾아보니 냐냐가 야야 침대쪽에서 게워내 이불이 오염된 거, 이거 딱 하나뿐이었다. 그치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이유가 아니라 냐냐가 토를 했으니 당연히 옷을 갈아입을 줄 알고 '나도 옷 갈아입고 싶어서' 울었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게 정말 10분 이상 악을 쓰며 운 이유라고? 화가 났다. 어젯밤 내 몸이 뭔가 응급실 가야 할 상황인 것 같아 택시를 잡아 혼자 응급실을 다녀왔고, 다음날까지 피로감이 상당했다. 그 상태에서 아이들의 악 쓰는 울음은 정말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소리지르며 화를 냈다.

말을 해야지 왜 울기만 하는거야!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 이런 시간들이 육아하면서 제일 힘들다. 체력도 감정도 바닥나서 금방 회복은 불가능한데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것. 나는 감정의 두께도 매우 얇고 그 길이도 매우 긴 사람이라 이게 순간적으로 너무나 힘들다. 육아서에는 심호흡을 몇 번 하면 나아진다던데 대체 어느 유토피아 이야기인지...?


아무튼 대충 엉망진창이지만 울고 있는 아이들 방으로 다시 들어가서 아이들을 앉혔다. 내 얼굴을 보니 조금은 진정이 됐는지 얌전히 앉았다.


"자, 얘기해보자. 토한 냐냐는 잘못이 없어. 아기는 원래 토 하는거야. 운 야야도 잘못이 없어. 아기는 원래 우는거야. 그치만 소리지르면서 화낸 엄마는 잘못한거야. 아기한테 그러면 안되는거야. 엄마가 너무 미안해. 엄마가 사실은 어제 삐뽀삐뽀 집(=응급실)에 다녀와서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야야가 말도 안해주고 울기부터 하니까 답답하고 화가 났어. 하지만 야야 잘못은 아니야. 엄마 몸이 안 힘들었으면 소리지르고 화내지 않았을텐데. 미안해 얘들아"


이렇게 말해주고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다. 너무 눈물이 났다. 아이들은 손수건을 가져와 내 눈물을 닦아주고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내가 좀 진정을 하자 야야가 양손을 다 펼쳐보이며 "엄마 이렇게 소리지르지 말고 (손가락 하나만 펼쳐보이며) 이렇게 소리질러" 라고 해줬다. 그러자 옆에서 냐냐가 똑같이 양손을 다 펼쳐보이며 "이렇게 화내면 엄마 목 아프니까 (손가락 하나만 펼쳐보이며) 이렇게 소리질러" 라고 거들었다. 아... 할 말 없게 만드는 데 뭐 있다.


아직 너무 작은 아가들. 몸짓 하나하나가 '날 많이 사랑해주세요' 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그 작은 머리와 그 작은 마음으로 얼마나 드넓고 깊은 생각을 하고 또 담아두는건지.


아이들에게 뭔가 큰 약속을 턱하니 걸어두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고 형편없다. 그렇지만 매일마다 그 사실 하나는 잊지 않으려 한다. 이 아이들은 3kg도 채 되지 않은 작은 몸으로 태어나서 아직까지는 엄마한테 예쁘다고 해주는 순수한 아이들이라는 거. 아직은 내가 아이들의 전부라는 거.

이런 마음가짐들이 사실 내게 무척이나 부담되긴 하지만, 그렇기에 생명을 낳아 기른다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닐까. 나 하나 책임감 있게 살기에도 벅차다고 임신 전엔 손사래를 쳤는데 웬걸..


정말로 온 힘을 다해 책임감 있게 지켜주고 싶다.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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