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고수

돌봐주어서 고마워. 덕분에 잘 자라고 있어.

by 반짝반짝 민들레

낮부터 요란하게 치는 천둥소리에 육성으로 으악! 소리를 질렀다. 창문 바깥을 보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고, 오늘 마침 문센 발레수업이 있는 날인데 '비가 오면 애들도 힘들테고 나도 힘들고' 라는 핑계로 이번주 수업을 쉬려고 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하원때 발레복 입혀주시지 말아주세요' 라고 부탁드렸다. 그냥 아이들이랑 오늘은 집에서 뒹굴뒹굴 하고 싶었다.(=내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는 뜻)

그렇지만 하원시간이 가까워오자 비는 그쳤고 어쩌면 해가 날 것도 같았다. 마침 친정엄마가 오시길래 "엄마, 나 애들 데리고 올게" 하고는 급히 하원하러 갔다.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엄마, 발레 가고 싶어요" 했고.. 결국 오늘은 발레복을 입히지 못하고 부리나케 수업에 가게 되었다.

오늘은 세번째 수업. 첫번째 수업땐 첫번째여서도 그랬겠지만 야야가 원에서 낮잠을 못자서 짜증 칭얼 콜라보로 지옥같은 40분을 버텼다. 수업 당장 취소해야겠다고 씩씩거렸지만 딱 한 번 수업에 취소는 좀 너무하다 싶어 그 다음주에도 수업에 참여했다. 두번째 수업때는 애들이 조금 해주나? 싶었는데 야야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우는 바람에 그대로 종료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발레복도 안 입고 수업에 참여해서 강사님께 죄송했지만 그걸 입혔다간 수업 40분 중 반 이상은 날아갈 것 같아 우선 참여시켰다. 냐냐는 오늘 웬일로 참여도가 상당했고, 수줍은 야야는 동작 따라하기가 좀 서툴긴 했어도 많이 노력해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저번주에 아이들이랑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물어봤었다.

"너희들, 이제 발레 그만 할까? 너희들이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아니야. 잘 할 수 있어!", "발레 계속 할거야."


아무튼 오늘은 아이들한테 너무 고마워서 평소 주지 않던 곰젤리를 각 한 봉씩 주었다. 정말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그래봤자 작은 한 봉지에 곰젤리 8-9개가 들어있을 뿐인데, 냐냐가 마지막 두개를 한참동안 아끼다가 나중에 그 중 하나를 본인 입에 넣고 나머지 하나는 마치 결심했다는 듯이 나에게 건넸다.

"어머, 이거 엄마 진짜 주는거야?"

"응, 엄마도 젤리 먹고싶을 것 같아서 주는거야. 맛있게 드세요."

나한테 빵 한봉지를 통째로 주는 것보다 더 감동이었다. 우리집 아이들한테 그 곰젤리는 정말 큰 보상인데, 그 귀한 걸..


아이들하고 있으면 웃을 일도 많지만, 사실 아이들을 저지할 상황이 가장 많다. 문 여닫지 말아라 손 다친다, 욕실 간이계단에서 까치발 들지 말아라 넘어진다, 밖에서는 너무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다녀라 다친다(오늘 결국 야야는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났다)... 이들 가운데서 엄하게 혼내는 상황도 꽤 된다. 오늘 저녁시간엔 야야가 유난히 땡깡이 심해져서 친정엄마한테도 함부로 하고 버릇없이 굴길래 좀 혼냈다. 그걸 지켜봤던 냐냐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목욕을 시키고 로션바르고 옷을 단 둘이 갈아입는데, 냐냐에게 물어보았다.

"냐냐야, 엄마가 냐냐랑 야야 미워서 혼내?"

그랬더니 답변이 정말 기가 막혔다.

"아니, 걱정돼서 혼내는거야."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놀랐다.

아이의 답변이 한참동안 마음에 남았다.


이럴 때 보면 육아를 누가 하고 있는건가, 싶다.

너희들.. 육아 잘 하는구나...?



정말로. 되려 내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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