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 맞다'

작은 사람들과의 대화

by 반짝반짝 민들레

요즘들어 딸아이들과 말장난 하는 재미가 더 커졌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질문과 대답들에 박장대소를 터트리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한다.


금요일 하원때 비가 조금 내렸다. 나는 모자만 쓰고, 아이들은 비옷을 입히고 내 양쪽 어깨에 낮잠이불과 아이들 원 가방을 짊어지고 양쪽 손에 아이들 손을 한쪽씩 잡았다. 내가 아이들에게 감정을 호소하며 "엄마 지금 비 맞고 있어. 옷이 젖고있는데 어떡하지? 콜록콜록 감기 걸리면 많이 아플텐데 말이야." 했더니 냐냐 하는말, "집에 가서 옷 말리면 되지!", 뒤이어 야야도 "그러면 감기에 안걸리지!"

나는 감정에 기대어 호소(?)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명쾌하기 그지없다. 아이들의 쿨함에 감탄이 나온다.


금요일 밤, 야야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오늘 야야랑 냐냐 엄마한테 한 번도 안 혼났어요?"

"응, 그러네. 아침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가들 엄마가 이놈 안했네?" 속으로 무척 반성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아이들 재운 후 퇴근한 남편에게 전했더니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왜 반성을 네가 해? 애들이 해야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렇지만 내가 엄마니까 내가 좀 더 반성하는 쪽으로..

남편의 한마디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애들 이모와 함께 간식으로 옥수수를 먹는 중에 냐냐가 이모 옥수수를 흘깃 쳐다보며 욕심을 냈다. 이미 옥수수알이 수북하게 쌓인 그릇이 앞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모가 그 눈초리에 못이겨 옥수수알을 조금 뜯어주니 야야가

"굳이 왜 이모 옥수수를 먹는거야. 냐냐 옥수수 먹으면 되지!" 하고 친구를 다그쳤다.

그러게.. 왜 굳이 내꺼 많은데 다른걸 욕심냈을까?

아이들은 대체로 그렇다. 본인 접시에 놓인 것만 집중해서 먹고 다른건 일절 욕심내지 않는다. 아마 냐냐는 '내 옥수수는 노란색인데 이모 옥수수는 갈색이라 궁금하다'는 이유로 이모의 옥수수에 자꾸 눈길이 갔을 것이다.

냐냐는 이모가 뜯어준 갈색 옥수수를 두어알 먹더니 곧 본인 그릇에 집중했다.


냐냐가 어제에 이어 열이 났다. 낮잠 자기 전에 호랑이 열패치를 자꾸 달라기에 냉장고에서 두개 가져와 요근래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린 야야에게도 하나 붙여주고, 발열 당사자 냐냐에게도 붙여주었더니 냐냐 하는말,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아이의 말에 어이없이 웃음이 나서 "그럼 붙이기 전엔 어땠는데?" 하니 "이마가 너무 답답해서 짜증났어" 라고 했다. 그렇구나. 너는 이마 쿨패치 하나에 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구나.


그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하는 냐냐.

오늘 냐냐는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발열의 정점을 아까 자정 전에 찍었다. 아빠는 아직 퇴근 전. 아이의 해열제 교차복용을 위해 억지로 아이를 깨웠는데 예상에 들어맞게 자지러지게 울었다. 잠들기 전 목을 부여잡으며 "목이 너무 아파!" 했던 냐냐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더욱 안쓰러웠다. 하지만 약은 먹어야지.

옆에서 곤히 자는 야야가 깰까봐 냐냐를 안고 거실로 나왔다. 약을 먹이고, 아이는 울고, 나는 자는 거 깨워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겨우 달래서 거실 한가운데 아이와 옆으로 마주보고 누웠다. 냐냐는 내 팔베개를 하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이내 다시 똑 뜨고를 반복했다.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아픈 건 안쓰럽지만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엄마가 계속 쳐다보는 거 싫어?"

"아니, 좋아."

"자도 돼. 자는 거 억지로 깨운거니까 얼른 자."

그랬더니 눈을 홱 뜨고는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릴거야."

유난히도 냐냐는 아빠를 좋아한다. 나는 문득 서운했다. 아가야, 네 열보초는 엄마가 계속 서는 중이었거든?

"엄마는 그럼 싫은거야?" 다짜고짜 들이미는 무논리 질문.

"아니야. 엄마 좋아. 그런데 나는 아빠랑 잘거야. 그래서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릴거야."

어쩔 수 없지, 하고 아이를 토닥이는데 조금 있다가 애들아빠가 왔다. 벌떡 일어나서 "아빠!" 하는 냐냐.

너... 열 안떨어져서 힘들어했던 거 맞니..?

애들아빠는 냐냐를 데리고 해열주사라도 맞고 오겠다며 응급실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바로 "엄마, 나 아빠랑 병원 다녀오겠습니다." 란다.

어... 어, 그래. 잘 다녀와.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낀 점.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들한테 진다.

아이들과 있으면 '그래서 어른이 뭔데' 라는 생각도 든다. 세 돌도 되지 않았지만 정말 사람이다.


작디작은 사람들, 우리 두 딸들.

내일은 어떤 기상천외한 질문과 답변으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지..

요즘은 진심으로 아이들과의 대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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