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회색 비둘기들을 위해.
친구들아, 안녕?
나는 하얀 비둘기야.
나는 다른 비둘기 친구들이랑은 다르게 하얘서
사람들은 날 보면 예쁘다고 해주기도 해.
물론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
하지만 그랬던 사람들이 내 친구들을 보면
비둘기 싫다고, 저리 가라고 손짓하곤 하지.
어느 날,
내 친구 회색 비둘기가 울고 있었어.
난 친구 옆으로 조용히 다가가
"친구야, 왜 울어?" 하고 물었어.
그랬더니,
"모두들 나를 싫어해. 나도 예쁨받고 싶어." 라고 했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마음이 슬퍼졌어.
내가 예쁨받고 있을 때, 내 친구는 미움을 받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 친구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얘들아,
공원에서 우리를 보게 된다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미소지어줘.
우리는 모두 같은 비둘기야.
색만 조금 다를 뿐이야.
아,
그리고 우리는 보기보다 제법 빠르게 잘 날 수 있고
먹이도 스스로 잘 찾아다녀.
그러니까 우리한테 과자 주지 않아도 돼. 헤헤.
그럼 우리, 공원에서 만나자.
내 얘기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아이들이 두돌정도 되었을까..
밤잠을 재우기 전에 내가 지어내는 이야기를 한 편씩 들려주기 시작해서 지금 34개월 끝자락까지 꽤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요즘엔 이야기 없이 자장가를 들으며 자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아직까지 엄마인 내가 지어낸 (진짜인지 뭔지 모를) 이야기이다.
하얀 비둘기는 내가 좋아한다.
회색 비둘기도 내가 싫어한다.
아이들이랑 산책할 때 무의식적으로 흰 비둘기가 예쁘다고 하면서 회색 비둘기를 슬슬 피해다녔던 내 자신이 창피하고 죄 없는 비둘기 친구들에게도 미안해서 하얀 비둘기를 화자 삼아 이야기를 지어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되려 잠이 확 깼는지 벌떡 일어나더니 "회색 비둘기야, 우리집에 놀러와!" 라는 어마무시한 호의를 보였다.
세상의 모든 회색 비둘기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