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다

누굴 닮아 그러는거니

by 반짝반짝 민들레

어제부로 36개월이 된 우리집 쌍둥이 야야와 냐냐는 찐 F다. 엄마인 나도 대문자 F인데, 우리 아이들이 말하는 걸 옆에서 듣고 있으면 정말이지 할 말이 없어지고 내 자신까지 돌아보게 된다.



Ep.1
온 가족이 다 함께 과일과게로 출동했다.
평소엔 컬*나 쿠*으로 주문하는데, 딸기케이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그래봤자 스타벅*에서 생크림 카스텔라를 사서 그 위에 딸기를 잔뜩 올려주면 땡) 같이 딸기를 사러 나간거였다.
나는 야야와 냐냐를 양쪽으로 잡고 서 있었고, 애들아빠가 바나나를 보러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귤 바구니를 살짝 스쳤는데 귤 하나가 또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걸 냐냐가 보았다.
"엄마, 귤 떨어졌어요."
어, 그러네? 하고 "귤이 떨어졌어요" 하는 찰나, 애들아빠가 그 귤을 밟아버렸다. 나는 냐냐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큰일이 났을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냐냐는 울었다.
"냐냐야, 왜 울어.."
"귤이 너무 아플 것 같아요. 귤이 너무 불쌍해요."
귤이 떨어진 바구니는 우리가 사 왔다.
"이 귤들을 우리가 맛있게 먹으면 돼." 당연히 변명은 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결론은 냐냐는 그 귤들을 맛있게 먹었다.



Ep.2
아이들이 잘 가지고 노는 놀잇감 중 하나인 자석블록.
큐브치즈같은 사이즈로, 그걸로 별걸 다 만든다. 물론 정리는 잘 안된다.
내 몸이 너무 피곤한 날엔 그 자석블록들이 집안 여기저기 널려져 있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정리해, 얼른." 이라는 말은 절대 먹히지 않는다. 분명 알아들을텐데 못들은 척 한다.
"너희들, 이 자식블록 엄마가 싹 다 어린이집 동생들 줄거야."
이런 협박은 하면 안된다지만, 그 순간 그런건 모르겠고 나도 그냥 아무말이나 막 지른다.
"이것 봐. 자석블록 이렇게 책장 구석에 쳐박혀있어. 이게 뭐야!"
이 말을 하자마자 야야가 급발진처럼 울면서 달려온다.
"자석블록아, 너무 답답했지. 내가 미안해 자석블록아..."
..? 네?? 아무리 물활론적 사고를 하는 어린아이라지만 나 참..
그렇지만 자석블록에게 석고대죄 한 데 반해, 정리는 끝까지 하지 않았다.



Ep.3
어제 하원길에 집 앞 공원에 꽃과 풀들이 시들어서 마치 시레기같은 모양새로 축 쳐져 있었다.
"엄마, 저건 왜 그래요?"
"응, 추운 겨울이라 시들어 있는거야."
"그럼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피어요?"
"그럼. 봄이 되면 다시 예쁘게 꽃이 피고 풀도 파릇파릇해지지."
그러자 야야의 그 다음 대답,
"엄마, 꽃이랑 풀이 시들었지만 슬프지 않아요.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필테니까요."
진짜 깜짝놀랐다. 계절의 순환, 이별과 재회를 이렇게 심플하게 건넨다니. 나보다 낫구나.. 네가 많이 컸구나.

아이들의 말은 정말 기상천외하고 따땃하다.
아이들의 생각은 보드랍고 몽글몽글하다.

매일매일 아이들의 언어를 기록해본다. 사진을 찍는것도 좋지만, 말이야말로 그 사람 자체라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에. 그건 아이들에게도 해당된다. 죽 적어놓고 보면 반성도 많이 되고, 또 많이 배운다.

근데 가끔 찐찐찐 F 모드는 조금 힘들다.
덕분에 나는 강제 T가 된다. 같이 울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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