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새벽 0시, 공원에서.
달토끼가 한입 바삭 베어 문 듯한 상앗빛 반달이
오늘밤, 더욱 참하다.
밤 나무, 밤 낙엽, 밤 공기,
그리고 연말을 수놓는 일루미네이션.
모두가 나의 12월을 켜켜이 쌓아올린다.
후- 하고 불면 휘리릭 사라질 것 같은
아름다운 빛과 소리.
이 순간을 얼려두기라도 할 듯
바람은 차디차다.
12월의 어느 새벽 0시 , 잠들기 전.
두 뺨이 시려운 공원에서.
이틀간 냐냐의 '손 대면 톡' 하고 터지는 울음보 때문에 멘탈이 너무 깨져버렸고, 오늘만큼은 남편이 퇴근하면 집 앞 공원에 가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여보 오면 난 바로 나갈거야'
보내놓은 문자에 곧장 답이 온다.
'내일이 결혼기념일이라 케익 하나 사가는데 안 불거야? 속상해...'
그렇다. 결혼기념일이었다.
야야 냐냐 세돌 사흘 전이 결혼기념일이다.
야야 냐냐 생일 바로 다음 날이 내 생일이고,
아기예수님 오신 날 나흘 뒤가 남편의 생일이다.
축하할 일이 많은 우리집 12월.
남편이 아주 예쁜 케익과 함께 우리 연애때부터 지금까지의 사진을 뽑아서 가져왔다. 정말이지 보자마자 눈물이 날 뻔했는데 내가 울면 뭔가 남편도 울 것 같아서 "와! 이게 뭐야!!" 하고 호들갑을 떨어봤다.
꿋꿋하게 버텨주는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
그래서 어쨌든 엄청나게 맛있는 초코케익을 밤중에 푹푹 떠먹고 집 앞 공원을 걸었는데, 공원의 조명들과 주변 교회들의 일루미네이션, 그리고 여러개의 별 같이 보이는 인공위성 불빛들과 참하게 생긴 달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밤 공기가 좀 더 화사했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화장실에, 야야는 내 자리까지 와서 훌쩍훌쩍... 으하하 이게 현실이지..! 순간 웃음이 났다. "엄마 화장실 다녀올게 자고있어" 하고 냉큼 손을 씻고 아이들 방으로 들어왔다.
달콤했던 잠깐의 밤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