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오늘 일은 '오늘'에 잘 묻어두었다.
terrible two.
나는 만 2세, 한국나이로 억울하게 한 살 그냥 먹은 4세, 28개월(이십팔) 쌍둥이를 키우고 있다.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게 됐고, 1호 딸기모찌에 비해 2호 우유모찌는 적응이 꽤 걸려 거의 한 달을 꼬박 채우고 그다음 주부터는 어느 정도 울지 않고 잘 놀고 잘 잔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아기들 나름대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건지 집에서, 그리고 특히 나에게 그 스트레스를 푸는 강도가 날이 가면 갈수록 심각해져서 오늘은 내가 드디어 폭발을 했다. 이전에 소소하게(?) 터지는 상황은 많았지만 오늘은 그냥 애들이랑 셋이 목 놓아 울어버렸다. 너희들 정말 엄마한테 왜 이러는 거야.. 엄마 좀 살려줘..
시작은 모찌들 둘이 놀다가 딸기모찌가 살짝 어디에 긁혀서 친정엄마가 "딸기모찌 약 발라야겠네."라고 한데서부터였다. 오늘따라 아이들은 내가 밥 먹는 것도 절대 안 된다고 해서 정오가 다 되어서야 김밥 한 줄로 허기 좀 가시게 하려고 했건만, 밖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김밥 한 알 먹고 나가보았다.
무슨 일이냐니까 우유모찌가 "나도 약 발라줘!!"란다.
그저께, 애들을 밤에 재우려고 책 읽어준 후 소등하고 같이 방에 누워있는데 그 어둠 속에서 딸기모찌 토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얼른 불을 켜고 애 상태를 보니 본인도 깜짝 놀랐는지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서 더 심각하고 시끄럽게 우유모찌가 울었다. 애는 토해서 이불 다 꺼내고 애 다시 씻겨야 하고 정신 하나도 없는데 옆에서 까닭 모르게 귀테러를 하고 있으니 난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때 우유모찌에게 "제발 조용히 좀 해!!"라고 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그렇게 하면 애가 더 흥분해서 울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어른이 돼서 그런 식으로 애를 다그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그 땐 내 감각처리기능이 아예 고장이 나버린 것 같았다. 귀에서는 전쟁이 나고, 눈앞에는 넘어야 될 산들이.. 정말 숨이 막혀왔다.
(옆에서 동지가 울어대니 되려 토 한 당사자는 토끼눈을 하고 엄마와 동지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딸기모찌를 씻기고 옷까지 싹 입힌 후에야 내 이성도 조금 제자리를 되찾아서 우유모찌에게 물어보았다.
"ㅇㅇ아, 너 아까 왜 울었던 거야?"
평상시 말을 너무나 잘하는 우유모찌는 그 질문에 절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가 있었나 보다.. 하고 아까 화내고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고 했다. 딸기모찌 토해서 엄마도 너무 깜짝 놀라서 정신이 없었는데 네가 그렇게 우니까 더 정신이 없어져서 화가 났다고 했다. 토 한 아이는 몸이 지쳤는지 그 후로 바로 잠들고, 영문 모르게 울던 아이는 잠이 들랑 말랑 하길래 옆에 살며시 누워서는 토닥토닥해주니 나에게 뽀뽀를 해주고 잠들었다. 그렇게 그날은 저물었다.
그리고 다시 오늘.
오늘 아침에 어린이집에서 체육대회 비슷한 걸 집 앞 공원에서 했다. 남편이 출근을 해야 해서 보호자가 나뿐이라 참여를 못할 뻔했는데, 남편이 30분이라도 같이 시간 보내자고 해서 정말 딱 30분만 공원에서 어린이집 친구들 그리고 친구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집 근처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에디가 그려진 빨간색 뽀로로를 한 병씩 쥐어주었다. 오트밀 쿠키도 먹이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집까지 무사히 잘 왔는데 너무나 고맙게도 친정엄마가 그 뒤에 바로 와주었다. 아, 나 혼자가 아닌 토요일이구나.. 싶어 안심도 되고, 이제 김밥 한 줄 먹어볼까 싶어 냉큼 안방으로 숨었더니 본인은 약 안 발라준다며 저 난리가 난 것이었다.
"너도 약 발라줄게. 그런데 엄마 밥 좀 먹으면 안 될까? 너희들은 아침도 먹고 간식도 먹고 다 먹었잖아. 엄마는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너무 배가 고파.."
보통 같으면 "엄마 맘마 먹어" 하는데, 오늘은 절대 안 된단다. 절대 안 된다는 그 얘기를 온몸으로 개짜증을 표출하며 내뱉으니 나도 마음이 순간적으로 확 뾰족해졌다. 너무 치사했다. 너무 배고픈데, 친정엄마까지 와줬는데도 김밥 한 줄을 제대로 못 먹는 그 상황에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그때부턴 나도 날것으로 애한테 포효했다. 애는 더 울부짖고, 나는 더 미쳐나갔다. 그렇게 개싸움을 하다가 얘네가 오늘 새벽에 잠을 제대로 못 잤는가 보구나 싶어 니들 그냥 들어가서 자라하고 얼른 방으로 몰았다. 딸기모찌가 금방 잠이 든 걸 보니 정말 못 잤나 보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늘 사건의 주범인 우유모찌는 잠도 안 잤다. 결국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딸기모찌를 깨워서 울게 만들고, 나는 그걸 보며 더 화가 치밀었다. 네가 뭔데 쟤 못 자게 해? 네가 뭔데 엄마 밥도 못 먹게 하고 낮잠 안 자서 엄마 쉬지도 못하게 해?
정말이지 생존을 위협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2차로 애들이랑 또 같이 울어버렸다.
아이들 키우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건 육체피로가 아니라, 애들하고 한바탕 하고 나서도 애들이 나한테 다가오면 마치 그 생난리가 없었던 것처럼 웃어 보여야 한다는 그런 정신적인 피로다. 이걸 매일 하려니 이젠 바닥이 나서... 근데 마침 애들은 '미친 만 2세, 미친 4세'다. 내가 과연 이 개난장판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애들이 태어난 이래로 오늘이 제일 미친 하루였다. 엄마가 눈앞에 있는데 왜 엄마를 그렇게 찾을까?
모르겠다. 그냥 오늘은 설명이 전혀 안 되는 고장난 하루였다.
"엄마는 ㅇㅇ이가 울고 짜증 내고 화내도 ㅇㅇ이가 좋아."
이 얘기를 애 누워있을 때 해주니 애도 똑같이 따라한 건지 뭔지 "엄마가 울고 짜증 내고 화내도 엄마가 좋아."라고 해주었다. "ㅇㅇ이는 엄마가 왜 좋아?" 하니 "그냥, 엄마라서 좋아."라고 한다.
진짜 제대로 병 주고 약 준다.
빨리 지나가라 끔찍한 만 2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