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생 많았다. 너희도, 나도.
5월의 그 날도 무척이나 더웠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특권(!)도 포기하고 그 날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린이집을 쉬기로 했으니 아침에 느긋하게 소아과도 들렀다가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을 재미나게 탔다. 아이들이 미끄럼 타는 모습을 보면 어릴때 티비에서 봤던 텔레토비들이 생각난다. 반복의 즐거움과 행복감. 아이들은 그걸 분명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무한반복하면서도 재밌다고 까르르.
신나게 놀았는지 낮잠까지 잘 이어졌고, 사진 스케줄 때문에 조금만 재운 뒤 얼른 깨워서 간단히 간식을 먹이고 스튜디오로 갔다. 낯선 것을 너무 싫어하는 우유모찌라 나름 헤어,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싫다고 칭얼댔지만 막상 사진은 딸기모찌보다 잘 찍었다. 이 아이는 100일 촬영때도 그랬고, 돌 촬영때도 그랬다.
반면, 새로운 환경에도 곧잘 어울리는 딸기모찌는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자꾸 자리를 이탈했다. 쌍둥이의 이단분리. 어디서나 적응 안 되는 상황이지만 애써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주시는 분들의 노고가 민망해서 아이들을 조금 닦달했다. 다행히 그 분들의 수고로움 덕분에 사진은 잘 찍었고, 아이들과 함께 이질감 느껴지는 그 동네를 조금 걸어다녀 보았다.
나 혼자 다닐때는 느낄 수 없었던 타인들의 시선. 아이들을 낳고, 함께 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는 어르신들의 살가운 미소.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다정한 인사들.
딱히 우리 아이들이 예쁘다든지 귀엽다든지 그래서라기보다, 정말 닮은 두 아기들이 엄마아빠랑 같이 나란히 걷겠다고 종종걸음 하는게 기특해서가 아닐까 생각든다. 그날의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럽고 대견했다.
그리고 약 100일 가까이 지난 오늘.
부지런히 주말을 보내고, 애들아빠와 함께 애들, 애들 가방, 애들 낮잠가방들을 짊어지고 등원시켰다.
무덥고 습한 8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 아이들은 그새 전투력이 상승해서 꼭 붙어있으면서 다투기를 무한반복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비지니스인지 뭔지 잘 어울려 지낸다고 한다. 집에서는 정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이 싸워대서 내 목청도 덩달아 전투력이 상승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마음도, 생각도 같이 쑥 자란 것 같다.
<해님달님>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아이들한테 해주려고 치면 도입부부터 난리가 난다. 하지마, 하지마!!
호랑이가 엄마를 꿀꺽 한 게 너무 싫단다. 그렇지만 하늘에서 오누이와 엄마가 만났다고 해주니 딸기모찌 왈, "호랑이는 엄마가 맛없었나봐. 그러니까 모두 다 만났지."
응...?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거니? 그게 너의 만족할만한 해피엔딩이라면 다행이다.
어제 아이들 목욕한 뒤 로션을 발라주는데, 우유모찌가 말한다. "엄마, 건강해야돼."
너무 기습적인 플러팅(?)이라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고마워. 그런데 왜 그렇게 말했어?"
"엄마가 안 건강하면 칙칙폭폭 기차를 같이 못 타잖아. 그리고 계속 여기(=바닥)에 누워있어야 되잖아. 그러니까 건강해야돼."
이 말을 듣는데 너무 눈물이 나서 혼났다. 31개월밖에 안 된, 아직 세 돌도 안 된 아이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이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교가 아주 많은 우유모찌는 요즘 필살기 애교를 부린 후 나에게 물어본다. "엄마, 기절했어?"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그 애교를 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엄마 기절했어..." 하니까 이젠 내가 기절했는지 먼저 물어봐준다. 소곤소곤 달달한 목소리로 기절했냐고 물어보는게 어찌나 귀여운지, 정말 기절할 것 같다.
아이들을 재울 때, 소등을 하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을 감아도 보이는거야."
그럼 어김없이 딸기모찌가 말한다. "엄마, 눈을 감았는데 엄마가 안 보여요."
너무 사랑스러운 순간이다. 그래, 안보이겠지.. 하하.
꽤 오랫동안 그래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