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로 바꾸고 혼난 남편

부부이야기

by 작은청지기

아내의 뿔과 체크카드의 진실


어제 아내가 뿔이 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뿔이 두 개쯤 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쿠*에서 결제를 하려는데,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걸 사는데 결제가 안 되면 나 더러 어쩌라고?"라고 하며 레이저 눈빛을 쏘아대는 아내를 보니, 갑자기 집안 온도가 3도쯤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내가 새마을금고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데서 시작됐다. 인터넷 쇼핑몰과 간편 결제에서 20% 할인이 된다고 해서 냉큼 발급받았다. 물론 각각의 할인 한도가 6천 원이라는 소박한 조건이 붙어 있었지만, '소소한 절약도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카드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어제, 아내의 쿠* 결제수단을 해당 체크카드로 바꿔놓았다. 5만 원을 입금한 후에 말이다.


그런데 웬걸, 결제가 안 된다는 게 아닌가. 나는 '혹시 5만 원 이상 구매했나?' 싶어 확인해 봤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바로 체크카드 사용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얼마나 초보적인 실수인가! 아내의 화를 달래며 재빨리 사용등록을 하고 결제를 완료했지만, 이미 집안 공기는 싸늘해져 있었다.


신용카드 vs 체크카드: 아내의 분노 지수


아내는 쿠*에서 신용카드로 구매해 왔다. 예금 잔고와 상관없이 결제가 되는 신용카드는 그녀에게 마치 마법의 지갑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내가 말도 없이 체크카드로 바꿔 놓고 결제가 되지 않았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낭비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을 위해 알뜰하게 쇼핑하는 건데, 왜 자꾸 잔고 걱정을 해야 해?"라는 그녀의 외침은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내는 모두 가족을 위한 물건들만 구매한다. 하지만 요즘 물가가 오른 탓인지 카드 결제액은 항상 예상을 초과했다. 나는 속으로 '쿠*에서 뭘 이렇게 많이 쓰지?'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한 시간 동안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소득 내에서 써야 한다 vs 필요한 것은 사야 한다.


결국 문제는 소비 패턴의 차이에 있었다. 나는 '버는 것 내에서 써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고, 아내는 '필요한 건 사야 한다'는 실용주의자였다. 신혼 초부터 30년 동안 우리는 가계부도 쓰지 않고 최대한 아껴 쓰며 살아왔지만, 교육비가 끝난 지금도 예상치 못한 지출은 여전히 많았다. 특히 나의 건강 문제로 의료기기 대여료, 병원비, 약값 등이 고정비로 자리 잡으면서 가계부에 구멍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카드 좀 그만 써"라고 말했다가는 아내의 뿔이 두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날 게 뻔했다.


오늘 행복하게 살자: 노후 걱정은 내일 하자.


결국 나는 깨달았다. 이 나이가 되도록 '돈' 문제로 아내와 다투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는 걸 말이다. 100세 시대라지만 나의 건강 상태를 보면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 그렇다면 노후 걱정하며 오늘을 참지 말고 필요한 건 오늘 쓰기로 했다.


"막 쓰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에 쓰는데 왜 참아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꿨다. 노후와 내가 먼저 죽은 후 남을 아내를 위해 연금도 넣고 투자도 하고 있지만, 지금 아내가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내일 걱정은 내일 하기로 하고, 작은 지출 때문에 아내를 화나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고, 오늘의 고통은 오늘로 충분하다.
- 마태복음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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