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월급
두 아들 중 첫째가 드디어 취업을 했다.
학교 다니면서 등록금 외에는 아빠에게 손 벌리지 않던 아들이다. 입학 후 몇 달 용돈을 받더니 과외를 시작하고부터는 용돈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까지 하면서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대학 3학년 초 까지는 졸업 후 수학학원강사를 하려는 듯 보였다. 아들은 군대를 다녀온 후 생각이 많아졌다. 어느 날 저녁 늦은 시간 내 방을 찾아왔다. 평소에 없던 일이라 무슨 일이 있구나 생각했다.
"아빠, 잠깐 시간 돼?"
"어, 들어와"
"나 이제 학원 강사 그만두고
OOO자격증 시험공부하려고 하는데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왜 그만두려고 하는데?"
"학원 강사는 지금 당장은 돈도 많이 벌고
나를 밀어주는 분도 있어서 괜찮기는 한데
40살 이상까지 인기 강사로 일하기 힘들 것 같아."
"왜 OOO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려고 해?"
"우리 과 선배들도 많이 하고
내가 수학 말고는 딱히 잘하는 게 없어.
일반 직장에 취업하기도 힘들 것 같아.
과외하고 학원강사 하느라 스펙 준비도 못했고..."
"네 생각이 그렇다면 열심히 해봐.
젊을 때 하고 싶은 것 해 봐야 후회가 없지.
쉽지 않겠지만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아들은 2년 후 시험에 합격하고 취업을 했다.
오늘은 이 아들이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장을 다니며 첫 급여를 받은 날이다.
아들이 아빠의 경제적 도움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기도 하다.
내가 일찍 귀가해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늦은 시간 아들이 귀가했다.
"아빠, 나 오늘 월급 받았어.
아빠 용돈..."
어색하게 봉투를 내밀었다. 아들은 첫 급여를 받은 기념으로 아빠에게 빨간 내복이 아닌 용돈을 선물한 것이다. 아빠는 현금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아는 아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엄마에게는 아빠보다 조금 더 넣었어."
아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응. 고마워. 수고했다."
이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 중 한 명이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작년 가을에 있었던 이야기다.
아들이 나간 후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벅찬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아들이 준 돈 봉투가 놓여 있었다. 아침마다 아들의 시험 합격을 위해 기도하며 마음 졸였던 지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무관심한 듯 무심하게 대했지만 내 마음은 온통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아들이 건넨 이 봉투 하나의 의미가 남달랐던 것이다.
나는 아들들에게 제대로 된 자기 방을 지금까지 마련해 주지 못했다. 요즘은 초등학생만 되면 자기 방, 자기 책상, 자기 침대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해 주지 못했다. 늘 방이 부족했고 집이 좁았다. 고3 때 먼 곳에 있는 학원을 다닐 때는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힘들게 다녀야 했다. 우리 집에는 차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열심히 산 것은 맞다. 그리고 두 아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아빠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은 아빠의 부족한 것을 보고 불만을 갖기보다 아빠가 열심히 산 것을 보고 아빠에게 고마워한다. 아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것은 아들 앞에서 늘 아빠의 기를 세워준 아내의 공이 매우 컸다.
효자는 부모가 만든다.
어깨 뽕 들어간 부모는 아들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