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청지기 May 17. 2023

여행 떠나는 형이 부럽다.

수학여행(3)



 

형이 설악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당시에는 KTX과 같은 빠른 교통편이 부족했고, 승용차도 없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형은 아침 일찍 집을 떠났다.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일찍 떠날까? 나는 이런 형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최근 수학여행의 참석 여부로 홍역을 치르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나 스스로 수학여행 가지 않겠다고 가족들 앞에서 큰소리치고 불참 동의서를 제출한 이후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공부는 더 하기 싫었다. 


모든 것에서 짜증이 났고 화가 났다. 긍정적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은 불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더 크게 느껴졌고 그것이 나를 화나게 했다.


당시 우리 반에 병열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도 나와 같은 꼽추다. 

그러나 그 친구는 운동을 잘했다.  체육 시간에 교실에 있지 않았다. 그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누리고 있는 일상이 왜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왜 나에게만 이런 가혹한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6남매 중에서 왜 나만...


13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 여행할 수 있었던 기회,


'수학여행'


그것을 스스로 가지 않겠다고 말해 버린 것이 속상했고 

그것을 아무도 반대하지 않은 것이 섭섭했다.


이러한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가족들...

아무도 어린 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사람이 없었다.


스스로 마음을 붙들고 견뎌내야 했다.


그 어린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1977년 4월 14일 (목) 맑음 -> 흐림


오늘은 형이 설악산으로 여행을 떠난 날이다.

바쁜 듯이 서둘러 5시 30분 후에 떠났다.


여행! 여행이란 그렇게 즐거운 건가 보다. 


이렇게 즐거운 여행을 나는 못 간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왜? 모든 아이들은 나처럼 이렇게 보기 흉하지도 않고 잘 뛰고 노는데, 그리고 우리 반의 병열이는 나와 같이 보기 흉하지만 별 지장 없이 체육도 하고 노는데 왜? 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체육도, 놀지도, 여행도, 등하교도 모두가 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 뿐이야. 


왜? 모두가 하는데 나만 못한단 말이야. 

누가 날 못하게 만들었어? 누가? 누가? 


나는 너무나 안타까워 자신에게 소리쳐 보기도 했다. 사실 뛸 수만 있다면 보통 아이와 같아진다면 공부 같은 것 못해도 좋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한다고 통곡한다고 나의 아픈 마음은 씻을 수 없다. 나의 아픈 마음을 씻는 길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나를 얕잡아 보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주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전 02화 수학여행 안 갈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