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4)
우울했던 나의 일상에 반전이 일어났다.
"나도 수학여행 간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께서 나와 함께 집으로 가자고 했다. 정기적인 가정방문 기간도 아닌데 왜 오시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저 어머니와 의논할 게 있다고만 하셨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어머니와 오랜 시간 말씀을 나누셨다.
선생님이 가신 후 어머니는 나를 불러 조용히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너를 수학여행에 꼭 보내 달라고 하신데이.
책임지고 안전하게 데리고 다녀올테니 믿고 맡겨 달라 카더라.
니 수학여행 가고 싶재? 갈 수 있겠나?"
나는 어머니 앞에서 울컥 울 뻔했다.
며칠 동안 속상함과 서러움으로 가슴앓이 하며 꾹 참아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꾹꾹 감정을 눌러 담담하게 대답했다.
"선생님이 글카는데 가야 안되게십니꺼.
한 번 가 볼랍니더."
나는 못 이기는 채 가겠다고 했다.
가고 싶었다고.
정말 가고 싶었다고.
가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왜 말을 못 했을까?
슬픔은 물론 기쁨조차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여행지에서 힘들어할 것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해도 좋았다.
나만의 공간에 와서야
나는 맘껏 기쁨을 표현했다.
나중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선생님은 나의 일기장을 보고 수학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나의 속마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했다. 요즘 초등학교 생활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일기장 검사라는 것을 했다. 도장도 찍어주고 간단한 멘트도 남겨 주셨다.
선생님은 고민이 되었다고 하셨다. 나와 같은 학생을 돌보며 여행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혹시나 아프거나 다치면 어떡하나 라는 고민이 크셨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결심을 하셨단다. 수학여행에 진심인 나를 꼭 데려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