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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Jul 07. 2023

하루 15분 걷기

직장생활




회사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한다.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긴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워낙 몸이 가벼워 겨울 철에 잘 넘어지고 미끄러지는데 골다공증이라니 덜컥 겁이 났다. 다행히 올해 검진에서는 더 나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나의 루틴 한 하루 일상을 돌아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바도 아니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형광등 아래 사무실을 벗어나질 않는다. 점심 식사 시간조차 내 자리에 앉아 생식을 먹으니 하루 종일 파란 하늘을 볼 시간도 따뜻한 햇볕을 받을 시간도 없다. 출퇴근을 장애인 콜택시로 하니 하루에 1000보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니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으나 계속 이렇게 근육을 쓰지 않고 편한 것만 찾다 보면 곧 내 힘으로 걷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음습해 왔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루 15분이라도 햇볕을 쐐며 걷기로.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어디서 걷지?


퇴근 이후는 햇볕이 없는 저녁이고 집 주변이 경사가 진 골목이라 나로서는 걷기가 쉽지 않다. 나에게 주어진 낮 자유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뿐이었다. 생식으로 혼밥을 하는 나는 일찍 점심 식사를 하고 웹 서핑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데 웹서핑을 포기하면 20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장소다. 산소 없이 거리를 걷는 것은 위험하고 힘들다. 주변이 도로 이므로 매연도 심해 호흡기에 좋지 않다. 그때 회사 옥상 정원이 생각났다. 요즘은 대형 건물 옥상 대부분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수년 동안 한 번도 옥상에 올라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혼자 걷기는 정말 최적의 장소였다.


2022년 4월 25일, 옥상 하늘정원 '하루 15분 걷기'를 시작했다.


오늘도 옥상으로 올라갔다. 귀에는 이어팟을 꽂았다. 클래식이 듣고 싶은 날이다.  차이콥스키 : 현을 위한 세레나데 : 2악장과 라흐마니노프 : 파파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18번, 모차르트 : 피아노협주곡 20번 : 2악장

 등 음악은 지친 심신을 풀어준다. 남부 지방은 호우주의보가 내렸다고 하는데 서울은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너무 예쁘다. 한 여름 더운 날씨라 자외선이 강해 햇살이 매우 강했다. 직원들은 이런 날 거의 옥상에 오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사무실이나 커피숍을 찾는다. 옥상 정원은 나 밖에 없었다. 이런 날은 더 신나게 걸을 수 있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늘 긴팔 남방을 입고 다니기에 햇볕을 쐘 때는 소매를 걷고 최대한 피부를 노출한다. 15분 정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걷다 보니 점점 땀이 나려고 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나는 다시 사무실로 내려와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나의 "하루 15분 걷기" 미션은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다.

나에게 걸을 수 있는 건강이 허락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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