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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May 27. 2023

미혼 직장인의 고민

직장생활



모든 직원들이 현장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나는 24시간 의료용 산소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배려를 받아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고 있었다.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J대리가 보인다. 다음 주 해외 출장 때문에 만기 된 여권을 발급받느라 일찍 사무실에 들아왔다고 했다. 


J대리가 돌아온 시간이 마침 점심시간이라 김밥을 사 가지고 왔다며 같이 먹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어차피 나는 혼자 생식 먹으려고 했으니 좋다고 했다.  덕분에 J대리의 김밥을 3개나 뺏어(?) 먹었다.


최근 나는 J 대리로 부터 보고서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푸념을 들었다.  주말과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일에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고 물었다. 필요한 데이터를 각각 내려서 병합하는 작업에 5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20분 간의 미팅을 통해 한 번에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 쿼리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15분 만에 집계 데이터를 내려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데이터를 검증한 후 아주 만족해했다. 데이터를 조회하고 내려받는 것에 사용하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인해 이전보다 더 많이 나를 편하게 대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처음 나를 대하는 후배 직원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매우 어려워한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선입견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업무적으로 몇 번 함께 일 하다 보면 금방 나이 차와 직급 차를 극복하고 친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휴대폰으로 자취방에 두고 온 아가들을 자랑했다. 집 안에 설치해 둔 CCTV를 휴대폰으로 보며 아가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나로서는 문화 충격이었다. 혼자 지내게 되면서 강아지 두 마리를 입양했는데 이 아가들이 너무 이쁘다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강아지 이름을 부르니까 소리가 들렸는지 한 마리가 고개를 번쩍 들고 카메라를 쳐다본다. 이 모습을 지켜본 J대리는 "이쁘죠? 이쁘죠?" 자랑을 했다. J대리는 육아에 진심이었다. 아가들을 위한 식대 월 50만 원에 장난감 구입비 등 부담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이 친구들이 반갑다고 난리가 난단다. 자기를 반겨주는 아가들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고 했다. 휴대폰의 바탕화면도, 노트북의 바탕화면도 아가들 사진이었다.


J대리는 강아지를 키워 보니까 너무 이뻐서 아기를 낳고 싶다고 했다.  아기를 낳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꼭 할 거라고 했다. 참 독특한 논리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아기에 대한 간절함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강아지가 이 정도로 이쁘다면 내가 낳은 아기는 얼마나 사랑스럽겠냐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데이트를 할 시간이 없단다.  OO살 전에는 꼭 결혼을 해야 아기를 낳을 수 있을 텐데 늦어질까 봐 걱정이란다. 




오늘날 미혼 직장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혼을 선언한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미혼 직원들은 결혼과 육아를 원한다.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인해 이성을 만나 여유롭게 교제를 즐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에 우리 두 아들도 합류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5월을 맞아 회사에서는 붕어빵 콘테스트를 했다.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과 자녀 사진을 전시하고 직원들이 투표를 했다.  1등 한 직원에게는 뷔페권 4장이 주어졌다.  사진을 보며 직원들 모두 즐거워했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사무실에 웃음소리가 넘쳐 났다.


결혼과 육아가 아무리 힘들다고는 하나 아름다운 가정과 자녀를 통해 얻는 행복은 그 어떤 성공의 희열보다 훨씬 크고 귀하다. 5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면서 희미해져 가는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이 주는 행복을 젊은 청년들이 느끼고 사모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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