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7일 (금)
우리 부모님 최고
1. 성경을 잘 읽는다(엄마)
2. 아빠는 컴퓨터를 잘하신다(아빠)
3. 저를 키워 주셨다(엄마, 아빠)
4. 잘 놀아 주신다(아빠)
5. 책을 잘 읽어주신다(엄마)
6. 돈을 잘 벌어 오신다(아빠)
7.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신다(엄마)
8.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부모님)
9. 용돈을 주신다(엄마)
10. 나를 정말 사랑해 주신다.
오늘은 오후 내내 아들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스캔했다.
집을 정리하다 보니 아들의 일기장 중 일부가 버리지 않고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워낙 오래전 일기장이라 종이가 부서지려고 했다. 계속 보관하기도 어렵고, 버리려고 하니 아들의 추억을 버리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 파일로 보관하기로 하고 스캔 작업을 하나하나 했다. 훗날 아들이 결혼하게 되면 그때 이 모든 기록을 선물로 주려고 한다.
스캔 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2004년 5월 7일 (금) 이면 아들의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학교에서 부모님에 대해서 쓰라고 했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 최고"
제목이 범상치 않다.
내용은 더 감동적이다.
"엄마 최고"는 이해하지만 나까지 덤으로 최고라고 해주니 눈물이 날 것 같다.
다른 아빠와 비교해서 못 해 준 게 너무나 많은 아빠인데 그나마 잘하는 것을 잘도 콕콕 집어서 칭찬해 준다. 특히 '잘 놀아 주신다(아빠)'에서 마음이 무너졌다. 다른 아빠처럼 사우나에 단 한 번도 데리고 간 적이 없고, 자전거도 엄마 손에서 배웠다. 내가 뭘 하며 놀아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아들은 아빠가 잘 놀아 준다고 생각했나 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들의 마음은 '우리 부모님 최고'일까?
아빠 마음은 한결같이 "우리 아들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