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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청지기 Aug 06. 2023

코팅 프라이팬을 다시 산 이유?

일상생활




2021년 9월에 "다크 워터스" 라는 영화를 보고 프라이팬 코팅제로 사용되었던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었다. 물론 이제는 프라이팬의 코팅제로 PFOA 사용이 금지되어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고온의 화기에 사용하는 프라이팬의 특성상 코팅제는 장시간 사용 시 벗겨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나 화학 물질의 경우 인체에 좋을리는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코팅이 없는 조리 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그 해 10월에 기존 사용하던 코팅 팬을 모두 폐기하고 올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조리기구를 구입해서 아내에게 사용하라고 권했다.


아내는 "또 뭔가에 꽂혔군."이라면서도  스테인리스 프라이펜을 사용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요리를 즐기는 편이 아닌 아내는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의 특성에 익숙해 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스스로 결정한 사항이 아니다 보니 더욱 그랬을 것으로 짐작한다.


몇 달 스테인리스 프라이팬만 사용하다가 어느 날 부엌에 코팅 프라이팬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저렴한 코팅 프라이팬을 사 온 것이다. 이후로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은 한 쪽 구석에 조용히 보관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 사용이 오죽 힘들었으면 아내가 코팅 프라이팬을 다시 샀을까 생각을 하니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 아내는 눌러 붙는 스트레스 없이 코팅 프라이팬을 잘 사용해 왔다.


며칠 전 코팅 프라이팬에 상처가 많이 난 것을 봤다. 교체할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어자피 코핑 프라이팬을 사용할 것이라면 내구성이 좋고 요리 하기 편한 좋은 것을 사서 바꿔 줘야겠다고 ...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러 프라이팬을 알아 보았다. 가격과 후기 등 꼼꼼히 검색하던 중 하나의 브랜드를 발견했다. 아내가 딱 좋아할 만한 제품이었다. 가격을 봤더니 내가 예상했던 가격대보다 많이 비쌌다. 가격 때문에 주저하고 있던 중 한 쇼핑몰에서 1+1 할인 판매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구입하려고 생각하던 제품이라 20cm 와 28cm 프라이팬을 선택해서 구입했다.


3일만에 택배가 도착 했다. 포장 자체는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감도 깔끔했고 무게도 적당했다. 코팅면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광고와 후기에 의하면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하니까 수명이 얼마나 오래 가는 지 몇 달 써 보면 품질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된다.


아내는 크게 반가와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상이 아내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니까. 아내는 사용하던 프라이팬을 재활용 봉투에 넣어서 버렸다. 그리고 한 번 사용해 보겠다고 20cm 작은 프라이팬을 가지고 가서 고기를 구웠다. 


"이거 비싼 건데 써 보니까 어때?"


"코팅 팬은 처음에는 다들 똑같아.

  이 물방울 떨어뜨리면 또르르 구를 정도로 괜찮아.

  프라이팬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한참 써 본 후에 알 수 있어.

  지금은 새거니까 이전 꺼와 별 다른지 모르겠어."


비싼 거나 싼 거나 다 처음에는 똑같다는 아내의 말에 폭풍 검색하며 고민해서 구입한 나의 수고가 빛을 바래긴 했지만 새 프라이팬으로 아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요리할 수 있고 가족들의 건강을 더 챙길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하며 더 이상 프라이팬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작은 프라이팬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나에게 소중한 교훈을 깨닫게 했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지만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스테인리스 조리기구가 코팅 조리기구에 비해서 유해 물질 염려가 없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아내가 그것에 익숙되지 않아 불편을 느낀다면 사용을 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가 요리를 즐겨하는 성격도 아니고 하루 세 끼 꼬박 요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끔 사용하는 프라이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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