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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코맨 Mar 13. 2024

초등교사 이직: 안정성의 그늘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1년 2월 2일 초등 임용고시에 최종 합격을 하였다.

가족들과 친인척들에게 연락도 돌리며 자축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대 입학 후 4년을 이 날만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교대에 입학하면 교사가 된다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동화되어 나도 예비 교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좋은 교사에 대해서 꿈꾸고 생각해 왔다.


4번의 실습으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교수법, 교육철학, 상담 등 다양한 교육 분야에 대해 배웠다. 교육기본법에서 지향하는 전인적 교육을 실천하고 홍익인간의 이념을 교실 현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나는 이런 고민이 아주 좋았다.

교육에 적성이 맞다기보다는 다른 진로를 고민하거나 각종 자격증 등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교사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이고 모호한 질문의 답을 탐구하며 시간만 보내도 안정성이라는 미래가 보장된다는 다소 오만하고 건방진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나는 21년 2월 2일 4년간 애타게 기다렸던 그 미래를 맞이하였다.


첫 출근을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직감했다.


먼저, 교대 4년간의 배웠던 교육들 중 현장에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다.


교육철학자가 말하는 이론은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배웠던 교수법은 오직 공개수업용이었다.


현실은 쉬는 시간 싸우는 애들 중재하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집중시키기 바빴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학부모 민원처리, 밀린 업무처리하며 퇴근하였다.


교대에서 꿈꿨던 좋은 교사는 학교 현장에 존재하기 어려웠다.


두 번째로, 안정성의 부작용을 느꼈다.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성이며, 가장 큰 단점 또한 안정성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늘 똑같은 월급이 들어온다.


그러니 배우고 싶은 마음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쏙 들어간다.


교육기본법에는 학습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기본법을 그렇게 공부하고도 이 권리를 활용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배우기를 꺼려하고 가르치기만 하는 사람을 진정한 교육자라고 할 수 있을까?


세 번째로 적은 급여가 발목을 잡았다.


월급은 마약이라는 말이 있다.

굳이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월급은 참 달콤하고 중독적이다.


사람은 급여에 따라 생활양식이 정해진다.

이 적은 급여에 중독이 되니 자린고비 생활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돈이 나가는 매 순간마다 신경 쓰였다.

자연스레 교육에 나가는 지출이 줄어들고 더더욱 배우려는 의지가 꺾임을 느꼈다.


그래도 주변에서 안정적이라는 위로 섞인 말을 듣는다.

그러나 안정성이라는 말로 위로하기에는 나 자신이 도태되고 자존감이 떨어짐을 느꼈다.


이러한 생각들이 섞이며 점점 내가 꿈꿔왔던 미래를 그리기 어려울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곧장 새로운 직업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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