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아니라고 하는
나는 공포 영화는 보지만 좀비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물리면 즉사하지 않고 같은 좀비가 된다는 이유이다. 본인 의지없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적절하지 못하고 과한 비유일 수 있으나,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도 유사하다.
처음에는 '왜 저래'로 시작할 수 있지만, 동기화되는 건 순식간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젊은 꼰대와 일부 연륜 있는 꼰대,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5년 이상 근무했는데
점차 사업 관리로 외근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내가 동갑 또는 동일 경력의 직장인보다 경직된 업무 습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결정적으로, 이직 준비를 하면서 면접을 보거나 타 직장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더욱더 자괴감이 깊어졌고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젊은 꼰대가 되었다고
그렇다고, 다른 직장에서는 꼰대가 없었거나 적었냐라고 하면 그 또한 아니다.
'단지 숨어 있었을 뿐'이었다.
동일 성향을 가진 직장인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꼰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경력이 꽤 있는 젊지 않은 꼰대
나이가 꽤 있다고 모두 꼰대는 아니므로 경력이 꽤나 있는 분들을 예로 들면, 아주 클래식하고 정석에 가까우며 1년 이상의 직장인이면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꼰대임을 직감할 수 있다.
대부분 결정을 내가 할 테니 너는 내가 시키는 일에 따라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본인이 가진 권한은 일임하지 않고 책임을 중시한다. 간혹 따뜻하게 내 사람임을 강조하여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그 리더를 따라가면 다시 돌아 나오지 못하거나 그의 주니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젊은 꼰대
인공지능과 같은 트렌디한 개발 업무, 스타트업, 애자일 및 수평구조를 모방하는 기업 등에서 본 사례가 많았다. 대부분이 경력 초반부터 본인 업무에 대해 충분한 존중을 받았거나 일찌감치 리더의 업무를 맡게 된 직장인인 듯했는데, 본인의 권한을 무기로 타인의 업무나 경력을 소위 말해 '후려치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았다. 나 또한 한동안 내가 아는 것에 대해 스스로 고평가하고 있었고, 누군가 업무를 공유하면 비판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비판적인 사고를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대화'는 점점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닫혀있는 오픈형 꼰대
경력과 무관하게, 언제든 수평적이고 오픈된 디스커션이 가능하지만 답의 정해져 있는 경우이다. 소프트한 스킬로 개방형 인간임을 어필하지만 본인이 생각한 답이 나올 때까지 논의는 계속된다. 이 분들 덕에 회의는 길어지고 '회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상황이 많지 않았을까.
좋은 꼰대는 없다.
우스갯소리로 '나이가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라'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동의하지는 않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력자의 능력은 좋은 의견은 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끌어 내는 데에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