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침묵이 된 사유

by 도윤

말이 소리로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지는 것과 달리, 글은 고요하다. 종이 위에 잉크로 새겨진 글자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화면에 떠오른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독자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 침묵은 빈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말들이 압축되어 응축된 침묵이다. 작가가 머릿속에서 떠올린 온갖 생각들,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삼켜진 수많은 말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진 무언의 울림이 모두 그 침묵 속에 담겨 있다. 깊은 생각에 잠길 때,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외부의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내면의 고요로 들어간 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대개 말이 아닌 직관으로, 소리가 아닌 울림으로 침묵의 순간에 찾아온다.


침묵을 통한 사유가 표현되고 글이 되면 그 사유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특정한 상황과 맥락에 서 태어난 사유가, 글자로 옮겨지는 순간 그 모든 구체성을 벗어던진다. 글로 쓰인 사유는 상실이기도 하다. 글은 침묵의 매체이기에 그것을 품었던 생생한 맥락을 잃는다. 하지만 바로 이런 상실 때문에 글이 더 큰 힘을 갖는다. 구체적인 것들을 잃어버린 대신, 보편적인 것을 얻는다. 공간에 대상이 없다는 것은 글이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에 대상이 없다는 것은 글이 언제나 현재라는 뜻이다.


사유와 글의 침묵은 그래서 비어 있는 침묵이 아니라 충만한 침묵이다. 그리고 이 침묵 속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소리를 찾는다. 글쓴이가 남겨놓은 침묵의 여백을 자신의 경험과 감정으로 채워 넣는다. 사유는 생각하는 순간에만 존재하지만, 글로 쓰이는 순간 영원해진다. 이 영원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다움' 이라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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