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그 손이 되어>

나의 길 끝에서

by 우하리

누군가의 손을 잡고도

한 발, 두 발 떼기 버거웠던 걸음이

어느새 그 손을 놓고

남들을 따라 달린다


길이 없어 돌아가기도 하고

장애물 앞에서 멈추기도 하고

힘들어서 걷기도 하다 보면


길의 끝자락에 가까워질 즈음

또다시 한 발, 두 발조차

버거워지는 순간이 돌아온다


그때는 누군가의 손도

더는 보이지가 않아서

나아가지 못하는 길 위에서

겨우 보이는 길의 끝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뒤에서 맞닿아오는 손이

이끌어달라는 듯 조용히

그 존재를 알린다


그제야 내가 찾던 누군가의 손이

이번엔 내가 되어 있음을 깨닫고

버거웠던 우리의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겨본다


내가 걸어온 길의 끝자락은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맞닿은 그 손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해서


어느새 나는 그 손을 놓고

나를 지나 달려가는 그 등을

살포시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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