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하루
5.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K의 유년 시절은 많이 외로웠다.
K의 어머니는 K가 20대가 되도록 직장 생활을 오래도록 했다.
가난한 과수원집 막내딸로 태어나 지겹도록 과수원 일을 했었던 K의 어머니는 집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던 차에 K의 아버지를 우연히 양 친구들의 소개로 만났고 서로의 호감과 상황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K의 아버지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
( 따지고 보면 그 시절 여유로운 집안이 얼마나 될까?)
두 사람에게 번듯한 신혼집은 사치였으리라.
겨우 가려둘 만한 것으로 구분된 방 한 칸에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
그렇게 신혼이 시작되었다.
젊은 날 K의 아버지는 화투를 좋아하던 터라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는 일자리를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과수원에서 지겹도록 복숭아와 배를 따고 머리에 이며 인고의 젊은 날을 보내었건만 남편과 새로운 인생을 살리라 설레는 마음을 먹어 보았건만..
K의 어머니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일상이, 화투를 치러 다니는 남편이, 자신의 인생이...
아이는 K를 포함해 셋을 슬하에 두었는데 육아로 지칠 때면 분노가 치밀어 손에 닿는 것이 무엇이던 (이를테면 허리띠. 구두주걱. 혹은 맨 손) 아이들을 때렸다.
그 고통과 공포가 K는 너무나 싫었다.
하지만 늘 엄마가 그리웠다...
K의 엄마는 대기업의 식당에서 일을 했는데 야간조. 주간조 돈을 벌 기회만 생기면 밤을 세우는 것도 마다 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하루는 깜빡 졸다가 실수로 자신의 손가락이 일부 잘렸는데 그 잘린 손가락은 K의 엄마가 노년이 되도록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일만 하다 보니 어느 날은 밤에 잠이 들어서도 잠꼬대가 '맛있게 드세요.'를 연신 중얼거린다.
꿈 쏙에서도 인부들에게 계속 밥이며 국이며 퍼 주고 있는가보다.
K의 어머니는 그러한 자신이 무척 서글펐을 것이다..
K의 유년은 이러한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며 버스정류장에서 엄마가 타고 오실 98번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1시간, 2시간,..
비가 오면 혹여라도 일하고 오시는 엄마가 비를 맞지 않을까 싶어 우산을 들고 또 나가 서 있는다.
그리움..
엄마를 향한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K또한 아이들을 낳고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그러한 그리움은 여전해서 봐도봐도 엄마가 그립다.
또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큰 죄를 짓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아이러니하게도 K의 아이들은 또 돌고돌아 K의 엄마가 돌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