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시선
봄빛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창밖에서 밀려들어오는 빛 속에 머물며 계절을 느끼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노래처럼 들리고 부드러운 바람의 손길이 머리를 스친다. 세상의 기준에 나의 삶을 올려놓고 부족하다고, 남과 같지 않다고, 왜 행운은 나를 비켜가는 거냐고 불평하던 입술을 굳게 닫는다. 이런 나에게도 봄을 주신 절대자의 관대함 앞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오늘, 오늘과 같을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보통의 삶 속에서 자연이 주는 쉼과 치유는 봄비처럼 굳은 마음을 유연하게 만든다. 죽은 듯 겨울을 보내고 때를 알아 경계를 허물고 고개를 내미는 연한 초록빛 잎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먹고사는 것에 목줄이 메여 내가 누구인지, 내가 숨 쉬고 사는 세계가 어떠한지, 올바른 관계 속에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할 겨를 조차 없이 시간을 보냈다. 가시적인 세상살이에 몰입하다 보면 가족, 꿈, 미래에 대한 기대조차 피하고 싶은 문제로만 보이곤 했다. 그 모든 것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서 홀로 배우고 사유해야만 했던 수많은 날들을 흘려보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사회에서 살아남기도 버겁다는 핑계로 정작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수해야 했던 불편한 질실과 삶의 본질은 외면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허기에 괴로워하며 허무감에 잠들지 못했던 것이다.
봄빛 가득한 창가에 책과 음악,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앉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나란 존재가 험한 세상에 던져져 견디고 살아내야 하는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관통하는 무한한 우주의 신비 속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고 즐기라고 나는 이곳에 보내진 것이다. 창밖으로 화단의 흙을 고르고 꽃을 심는 이웃의 모습이 보인다. 키가 다른 형형색색의 튤립이 봄바람을 타고 같은 곳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감은 봄바람에 날려 보내고, 오직 동경하고 꿈꾸는 여행자가 되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자 마음먹는다. 주어진 삶을 새롭게 보고, 온전히 향유하는 것이 여행자의 본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