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향해

2024.05.29

by 배고픈 애벌레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들 천국을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찰스 디킨스가 '두 도시 이야기'에서 소설 속 시대를 규정한 말이다. 2024년을 살아가며 1859년에 출간된 책의 첫 문장에 마음이 사정없이 동요되는 이유는 과거의 그때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대를 뛰어넘어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뒤쳐지지 않으려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 연민의 정이 올라온다. 설령 가고자 했던 방향이 잘못 설정되어 누군가의 도전과 삶의 몸부림이 참담한 실패처럼 보일지라도 천국을 향해 가고자 했던 간절함만은 진실일 것이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사촌 언니의 부고를 받고 나는 이 글을 쓴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연을 담고 있을 그녀의 짧은 생이 긴 여운을 준다.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주어진 상황들을 바꿀 수 없어 오롯이 견디고 이겨 내야 하는 순간들이 우리의 삶 속에 산재해 있다. 운이 없으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리한 조건 속에서 불공평한 현실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니가 내면의 고통을 넘어 부조리한 상황을 극복했기를, 어디선가 멋지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병이 깊어져 연락이 닿은 언니는 자신에게 엄마와 같았던 이모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언니를 위해 기도했다.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고 천국에 이르기를...

불행한 시대를 살며 고통받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순간만을 가슴에 담고 천국을 향해 걸어가기를...

그곳에서 참된 마음의 고요와 안식을 얻기를 간절히 빌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과 영원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두운 시대에 매이지 않고, 매 순간 주어진 삶을 향유하며 소박한 마음에 천국이 깃들 때 우리는 궁극의 목표인, 천국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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