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길을 가다가 "파티마!" 하고 부르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쳐다볼지도 모른다. 그만큼 파티마는 흔한 여성 이름이다. '하디자'나 '베히자' 또한 자주 볼 수 있는 이름이다.
결혼 전 모로코에 살고 있을 때, 남편은 작은 바이크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하루는 운전 중에 한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부딪힐 뻔 했는데, 운전자가 중년의 아주머니셨다고 한다. 남편은 아주머니에게 냅다 '아~ 정말, 칼티 베히자 왜 이러신담?' 하고 농담을 던졌다. 남편의 재치에 아주머니는 빵 터지며 미안해 하셨다고 한다. 모로코 말로 '칼티(khalti)'는 이모, 아주머니라는 뜻이다. '칼티 베히자'라고 하면 우리말로 치면 '김여사님' 정도 되겠다.
여기서 잠시 여담. 같은 성씨가 여럿이어도 이름은 다양한 우리나라와 반대로, 모로코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라 성씨로 구별해서 부른다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들끼리도 '아부바커', '무함마드' 같은 이름 말고 패밀리 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는 게 낯설면서도 재미있다.
최근 우리집에도 칼티 베히자가 새식구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바로 우리의 바이크다.
처음 바이크를 샀을 때 이름부터 정하자 하고선 몇초만에 우리가 떠올린 그 이름, 칼티 베히자. 작지만 이래봬도 튼튼하고 다부진 우리 칼티 베히자, 배희자 여사님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우리는 칼티 베히자를 늦둥이 동생처럼 금이야 옥이야 아끼고 보살피는 중이다. 타기 전엔 잘 부탁한다고, 다 타고 나면 오늘도 고마웠다고 꼭 인사한다. 혹시나 때가 탈까, 누가 상처라도 낼까, 밤엔 춥지 않을까(?)해서 덮개로 이불도 매일 덮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