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더니 엄마가 변했다

by 소울메이트

엄마는 깔끔쟁이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비누로 손씻고 세수하기, 채소와 과일은 식초로 헹구어 깨끗이 씻어먹기, 침대 올라가기 전에 발 한번 쓱싹 털고 올라가기, 집 바닥에 돌아다니는 머리카락 훑어모아 버리기 등등.. 어려서부터 엄마를 보고 자라면서 나도 몸에 밴 습관들이 많다.

내가 설거지를 해 놓으면 '여기 밥풀이 그대로 있네.'하면서 다시 한번 그릇을 뿍빡뿍빡 문 씻던 엄마.

포도송이 씻을 때는 가위로 가지를 톡톡 잘라 알알이 분리해서 구석구석 씻어내던 엄마.

밖에서 놀고 들어오면 방바닥에 모래알갱이가 금지금 밟힌다며 걸레질을 하던 엄마.

그런 엄마인데!

붑커>> 와이프가 맨날 '손 씻어! 발 씻어! 과일 깨끗이 씻어 먹어!' 잔소리 해서 너무 힘들어요!

남편이 내 잔소리에 지쳐 엄마에게 징징거리자,

"에이 너무 뭐라고 하지마라~ 그러면 못써."

엥?

붑커>> 제가 설거지하면 안 깨끗하다고 맨날 뭐라 하고..

"헐 그랬어~? 그럴수도 있지 왜 뭐라 그래~ 그냥 도와주지 마 붑커야."

에엥?

내가 그동안 알고 지내던 엄마 맞나.

나>> 뭐야.. 나한텐 엄마가 그렇게 잔소리 해놓고!

엄마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표정으로 웃기만 할 뿐이었다.



모로코 아직까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비교적 뚜렷하게 남아있는 나라이다. 이하게도 편네 가족은 그런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여서 남편은 어려서부터 움미(모로코말로 '엄마')를 보고 집안일을 배워 도와드리곤 했다. 그래도 움미는 웬만해서는 혼자 다 하시고 남편에게 집안일을 잘 맡기지 않으려고 하셨단다.

랬던 움미가 요새는,

"잘 지내지? 별일 없고? 샨딴(내 별명)도 잘 있고?"

움미로부터 남편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온 어느날.

"네, 다들 잘 있어요."

"샨딴은 어딨어?"

"지금 요리 중이네."

"뭐? 그럼 너도 얼른 가서 도와줘야지. 청소를 하든가!"


아무래도 변한 건 우리 엄마만이 아닌 것 같다.




결혼을 하자 변한건 엄마들 뿐이 아니다. 남편의 여자형제들도 마찬가지다.

모로코에는 '루사수사' 라는 말이 있다. '수사'의 본뜻은 썩은 이라는 뜻인데, 이가 썩었을 때처럼 나를 괴롭게 만드는 나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 '루사'는 누이, 보통은 시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루사수사'라고 하면 지독히도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누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모로코에서도 시가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은 우리나라만큼, 아니 우리나라보다 더욱 일반적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루사수사가 없다. 결혼전에는 남자형제들 중에 남편을 가장 아꼈던 누나들도, 조카이지만 여동생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남편과의 우애를 자랑하는 오마이마도 이제 다들 내편이다. 통화할 때는 남편보다 내 안부를 먼저 물어주고, 와이프를 잘 아껴주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편에게 보내기도 한다. 가끔은 이런 대접이 너무 살가워서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를 때도 있다.


붑커>> 난 그래도 우리 엄마아빠가 있어. (여기서 엄마아빠는 내 엄마아빠다..)

나>> 난 움미도 있고 시스터들도 있는데? 내편이 더 많아.

붑커>> 크윽..

남편이 형제가 많으니 이럴 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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