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남편도 딱히 그리워하지는 않는 것 같은 모로코 음식이 갑자기 땡기는 날.
남편은 한국 음식이 맛깔나고 다채롭다며 좋아하는데 나는 오히려 모로코의 향기를 담고 있는 음식들이 꽤 자주 먹고 싶다. 대표적으로 타진(Tajine)이 그렇다.
타진은 요런 도자기 그릇 그 자체, 또는 여기다가 고기, 생선, 채소 등을 넣어 요리한 음식을 말한다. 찌개를 끓일 때 냄비보다 뚝배기를 이용하면 더 깊은 맛이 나듯이, 타진으로 음식을 하면 들어간 재료가 똑같더라도 풍미가 완전 달라진다. 그 이유는 타진 도자기 특유의 매캐하면서 향긋한 흙냄새가 음식에 배기 때문이다. 또 타진은 뚝배기처럼 음식이 천천히 장시간에 걸쳐 익도록 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조화로운 맛을 더해준다.
또 하나는 바로 타진 도자기의 밑바닥에 오랜 시간 천천히 쌓인 기름이다. 타진을 다 먹고 설거지를 깨끗이 하더라도, 요리하면서 음식에서 나와 타진 바닥에 스며든 약간의 기름은 남는다. 이것이 몇 년간 쌓이면 타진에서 더욱 풍부한 향이 나게 된다. 아참, 모든 타진이 그런 것은 아니다. 타진의 종류는 유약을 발라 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뉘는데, 유약을 발라 코팅을 한 타진은 그릇에 기름이 스며들지 않아 세월이 지나도 음식맛이 깊어지진 않는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코팅이 되지 않은 타진만이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타진을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원하는 고기나 야채를 손질하여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큰 볼(bowl)에 전부 넣고 향신료, 올리브유와 함께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향신료로는 강황가루, 생강가루, 파프리카가루, 후추, 다진마늘을 보통 넣는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생강가루는 다진 생강으로 대체할 수 있고 파프리카 가루는 색을 내기 위한거라 생략 가능이다. 우리는 한국에 온 뒤로는 파프리카가루 대신 고춧가루를 쓰고 있다. 매콤한 걸 좋아하는 남편의 취향에 맞춰서.
타진에 들어가는 야채는 양파, 감자, 당근, 완두콩, 파프리카, 고추, 고구마 등등이다. 원하는 야채를 골라 넣으면 되는데 생선으로 타진을 만들 때만은 꼭 빠져서는 안되는 야채가 있다. 바로 파프리카다. 파프리카는 생선과 맛이 잘 어울리면서 비린내도 잡아준다.
재료를 모두 잘 섞었으면 이제 타진 도자기에 담기만 하면 된다. 담을 때는 보통 당근 몇개를 가장 아래에 매트처럼 깔아준다. 고기가 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당근을 깔았으면 그 위의 중앙에 고기를 올리고 고기의 둘레와 위에다가 감자와 남아있는 당근을 올려 덮어준다. 마지막으로 양파를 그 위에 올려주면 끝이다.
뚜껑을 덮고 중간불에서 5분 정도 익히면 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냄새가 부엌에 퍼진다. 그때 불을 아주 약불로 줄이고 30분 이상 그대로 두면 된다.
고기가 잘 익었는지 보는 방법은 젓가락으로 제일 위에 있는 당근을 찔러보는 것이다. 폭 들어가면 고기도 다 익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향신료를 하나씩 빠뜨리거나 언제 불을 줄여야 하는지 타이밍을 못잡아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지금은 남편 없이도 뚝딱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 만든 타진은 코미라(모로코에서 바게트를 부르는 말)와 함께 먹는다. 빵을 조금 뜯어서 감자와 닭고기살을 올리고 양념에 푹 찍어 먹어보면..
아 상상하니까 침 고인다. 오늘 저녁은 닭고기 타진으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