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한국이란

by 소울메이트

모로코의 한 유명한 여행가는 세계여행에서 만난 중 가장 예의바른 사람들이 아시아인이었다고 말했다 한다.

아시아 중에서도 예의라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 아니겠는가.

남편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예절에 대해 자주 얘기하곤 한다.

"오늘 퇴근길에 운전하다가 길 건너려는 애들한테 양보를 해줬더니 인사를 꾸벅 하고 지나가더라. 한국 아이들은 교육을 진짜 잘 받은 것 같아."

"저번에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고 있는데 축구하던 애들이 찬 공이 내쪽으로 온거야. 걔네가 달려와서는 '죄송합니다'라면서 공을 가져갔어. 애들이 진짜 착하더라. 그 뒤로도 몇번 더 마주쳤는데 볼때마다 나한테 꾸벅 인사하고 가."

"오늘 새로운 직원이 출근했는데 나랑 마주치면 항상 고개 숙여 인사해. 엄청 예의 라."

"아까 마트에 갔는데 어떤 애기가 신기한지 나를 계속 쳐다보더라구. 너무 귀여워서 인사해줬는데 옆에 계시던 아이 어머니가 '안녕하세요 해야지!'하셨어."

이런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으쓱하게 된다.


한번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맘에 드는 겉옷이 있어 속장소로 구매하러 나갔다. 약속시간에 딱맞춰 나오신 판매자는 나이가 지긋한 버님이셨다. 옷을 깔끔하게 세탁해 옷걸이에 주름하나 없이 걸어서 비닐로 씌워 가져오신 그분은 남편에게 먼저 입어보고 결정하라고 하셨다. 옷을 받아들어 비닐을 벗기는데 갓 세탁한 옷의 포근한 향 솔솔 났다. 옷은 남편에게 꼬옥 맞았다. 옷을 챙겨 돌아가는 우리 뒤로 그분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며 배웅해주셨다. 남편은 저렇게 연세가 많은 분이 손아사람에게 공손하게 대하시는 게 너무 감동이라며 연신 칭찬했다. 로부터 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남편은 그날의 얘기를 이따금 꺼내곤 한다.


예절 뿐만이 아니다. 남편은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친밀한지에 대해서도 언급할 때가 많다.

길을 걷다가 만난 처음 보는 아이들이 '축구선수 아놀드 닮았어요!'라며 수줍어 하면서도 영어로 말을 걸어올 때. 재래시장을 구경다니는 우리를 보고 나물 파시는 아주머니께서 살갑게 인사해주실 때. 우연히 들어간 국수집, 맞은 편 테이블에 식사중이던 아저씨께서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다'며 우리가 먹은 것까지 계산해주시려 했을 때.

"한국에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을줄 몰랐어. 외국인이라고 경계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챙겨주는 것 같아."



물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하루는 편이 침에 근하려고 차를 대어 놓은 곳에 갔더니, 밤새 또 다른 차가 그 앞에 주차를 해 두어 남편차가 나갈 수 없었다. 우리는 계속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면서 기다렸지만 30분이 넘도록 차주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포기하고 택시를 부르려는 찰나 가까스로 전화를 받은 차주가 차를 빼주러 내려왔다. 남편은 그날 결국 지각을 했다.

그날 저녁 남편이 말했다.

"우리 그동안 오늘 그 자리에 주차했던 다른 차들이 왜 항상 앞으로 약간 튀어나오게 주차해놓는지 이해할 수 없었잖아. 나 이제 알았어. 그 앞에 다른 차가 대서 못 나가는 일 없게 하려고 그랬던 거야. 우리가 그동안 '왜 저렇게 이상하게 주차하는 거야.'했던 것들이 알고보면 굉장히 똑똑했던 거지. 하하하."

아, 그랬구나. 순간 목구멍이 화끈해지면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남편은 태연하게 웃으며 농담을 했지만 나는 쓴웃음조차 짓기가 어려웠다. 언제나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면모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른차가 내 출근길을 막지 못하게 머리를 굴려야만 하는 나라로 기억되게 하고 싶진 않았단 말이다.

"아.. 진짜 미안해. 나라도 대신 사과할게."

남편은 손사래를 쳤다.

"아냐아냐. 여보가 왜 미안해."

그리고 이어서 남편이 한 말을 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한국의 모습은 여보랑 엄마아빠야. 세상 어딜 가나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어. 어느 나라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 지금 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어. 그래서 나는 한국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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