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진 느낌이다. 아님 원래 많았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가.
남편은 한국 들어와서 놀라운 점 중 또 한가지가 어딜가나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캠핑장소와 카라반이라고 했다. 캠핑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한국 사람들은 휴일을 제대로 즐길 줄 안다."고 감탄하는 낭만주의자 남편, 그 역시 캠핑을 참 좋아한다. 모로코에 있을 때 남편은 자기 몸 크기와 맞먹는 큰 배낭에 모든 걸 지고서 일주일 넘게 캠핑을 하며 산행을 한적도 있다고 한다. 가족들과도 종종 집근처 숲으로 캠핑을 가서 요리도 해먹고 자연속에서 노닥거리면서 휴일을 보내곤 했다.
그에 반해 나는 귀찮은 건 딱 질색인 게으름뱅이 와이프다. 맨땅에 말뚝박고 텐트치고 테이블 세팅하고. 돌아올 땐 또 그걸 다 정리하고 치우고.. 그냥 노는 건 밖에서 하고, 먹고 자는 건 집에 돌아와서 해도 되지 않나.. 라는 산통 깨는 소리를 속으로 삼켰다. 신나서 캠핑용품을 이것저것 찾아보는 남편을 실망시킬 수야 없지.
그렇게 작은 텐트 하나, 테이블, 의자 두개, 미니화로, 랜턴 등 소박한 캠핑 물품을 마련한 우리는 작년 초여름 한국에서의 첫 캠핑을 갔다. 변산반도에서의 하루는 꽤 성공적이었다. 아직은 살짝 차가웠던 바닷물에서 수영도 하고 노을지는 해변도 보고 출출할 때쯤 고기도 구워 먹고. 숯불에 구운 고구마와 수박으로 후식도 했다. 캠핑 생각보다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때는 매트를 깔았어도 등이 좀 배기긴 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날은 밤새 비가 내렸다. 텐트 안에 누워있으니 톡톡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얼굴 바로 위에 닿을듯이 내려앉았다.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콘크리트 벽으로 막힌 집에서 듣는 빗소리와 한겹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식탁에 놓고 먹는 음식과 나무 아래서 숯불을 피워가며 먹는 음식은.
그 뒤로 우리는 자주 가진 못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 캠핑을 간다. 꼭 자고 오지 않아도, 뭘 해먹지 않아도 좋다. 그냥 접이식 의자 두개 나란히 두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듣거나 눈 쌓인 산위로 뜬 달을 바라본다. 그러고 있다 보면 평소에는 떠올릴 여유가 별로 없었던 생각들이 트인 물꼬처럼 술술 흘러나온다.
간만에 쉬니까 너무 좋다.
그러게.
우리 나중에 강원도도 한번 더 가자. 눈 내린 설악산 진짜 아름다웠는데.
좋아. 다음엔 꼭대기까지 다녀오자.
근데 달 너무 예쁘다.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야.
지금까지 본 달 중에 최고의 달을 꼽으라면 뭘 고를 것 같아?
나는 지금 보고 있는 달.
나는 발리 시골에서 바이크 타면서 봤던 달.
우리 나중에 평생 살 집은 이렇게 시골 공기 좋은 데에 구할까?
당연하지! 나도 깨끗하고 조용한 시골이 좋아.
벌레 무서워하는데 괜찮겠어?
...
이제보니 이것도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도시에서 나누는 대화와 자연에서 나누는 대화. 이래서 다들 캠핑을 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