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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Apr 05. 2024

혼자 하는 여행의 의미를 조금씩 깨달았다

튈르리 정원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천천히 산책을 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자 하나를 골라 앉아 다리를 쭉 뻗고 뒤로 한껏 등을 기대어 세상에서 가장 게을러 보이는 포즈로 누웠다. 하늘은 맑고 오후의 햇살은 따숩고 새소리와 사람들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려와 졸음이 솔솔 쏟아지게 했다.


반쯤 감긴 눈으로 아무 생각 없이 잔디밭을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혼자 밖에서 밥 한끼 먹어본 적 없었다. 제나 누군가와 함께였다. 혼자인 것은 외로운 것이라고, 피한 것이라고, 외되는 것이라고 무의식 중 정의를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속하 원하고, 그 집단의 특성으로 나를 물들이는 에 익숙했는지도 모른다. 소속감에서 오는 안정감으로 나를 지탱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소속감이 곧 자존감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여기 와서 혼자 지내보니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첫날 느꼈던 외로움 비슷한 것은 사실 외로움이 아니라 처음으로 홀로 서 보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자 하는 여행은 거울 같은 것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또는 무엇을 거짓으로 좋아하는 척 해왔던 건지 등을 사유해 볼 수 있다. 한발짝 떨어져서. 거울 속에 비친 내 자신을 바라볼 때처럼.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해질 무렵 어느덧 파리를 떠날 날이 다가왔다.


베르나딘과 셀린과는 연락처를 나누었다. 파리를 떠난 뒤로도 그들과는 꽤 오래 연락을 주고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메일이 오가다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소식이 뜸해지고 지금은 연락이 끊긴지 수년이 지났다. 근황은 알지 못하지만 그들과 처음 만나고 인연을 쌓았던 그날 그 시간들은 머릿속에 그림처럼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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