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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메이트 Apr 12. 2024

혼자 하는 여행의 장단점

여기에 대한 대답은 개인차가 클 것이다. 어떤 사람은 365일 홀로 다니는 것이 편하다고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혼자 여행이라니 상상조차 하기 싫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전자에 가깝다. 혼자 여행을 시도해 보기 전에는 스스로를 외로움을 쉽게 느끼고 타인과 어울리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혼자가 되자 공허함이 아니라 도리어 해방감을 느꼈고,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내 입장에서 혼자 하는 여행의 장단점을 꼽아보자면.


장점 하나. 누가 뭐라 하던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면 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춘다. 내키면 한 곳에만 한나절을 앉아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고, 하루 세끼를 토마토 피자만 먹는다던지,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왠지 내 취향인 장소로 갑자기 훌쩍 떠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완벽한 자유의 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도 있는 것처럼 이에 딸려오는 단점도 하나 있다. 바로 이 모든 걸 함께  사람이 없다는 것. 음식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데 뼉을 맞부딪힐 친구가 없어 속으로 내적 박수만 친다던지.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딱일 것 같은데 셀카봉도 없고 하필 한적곳이라 부탁할 주변 사람도 없다던지. 어려움이 닥친 지금 같이 머리를 맞대줄 조력자가 없을 때. 그때마다 혼자가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구나 한다.


나폴리에 첫발을 디뎠던 날이 생각난다. 나폴리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해서 도착하기 전부터 등을 꼿꼿이 세우고 긴장을 하던 중이었다. 근데 이럴 수가. 한껏 높인 방어태세에도 불구하고 나폴리역에 내리자마자 기에 봉착했다. 내가 잠시 두리번거리는 사이 웬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 것이다. 그의 말로는 본인이 사복경찰이며 이곳은 관광객에게 위험한 곳이라 역을 나갈 때까지 동행해 주겠다고 했다. 시하고 가야 하나 아니면 경찰이라니 따르는 게 안전할까 머리를 엄청 굴리고 있던 그때 또 다른 남자가 끼어들었다.

"지금 여기 이 사람이 경찰이라면서 도와주겠대요? 그 말 믿지 마요. 그 사람은 당신 가방을 노리는 중이니까."

와우 이건 또 무슨 일이람..!  말로는 본인이 진짜 사복경찰이고 처음 내게 온 이 남자는 거짓말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신분증을 나에게 보여줬고 놀랍게도 그 말대로 처음의 남자는 슬금슬금 자리를 벗어났다. 남자가 도망친 뒤 '진짜' 사복경찰은 내가 무사히 역을 빠져나가 버스를 잡을 때까지 내 주위를 살피며 지켜주었다. 경찰신분증까지 보았지만 이 경찰마저 진짜가 아니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다행히 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만약 내가 혼자가 아니라 여러 친구들과 같이 있었다면 표적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친구 한 명만 같이 있었어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조금은 쉬웠을 텐데. 그날 나폴리 시내를 벗어나기 전까지 한동안은 혼자 두려움에 가슴을 닥여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단점으로 인해 또 다른 장점이 생긴다. 장점 둘. 연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

우연히 같은 숙소에 묵게 된 다른 여행자와의 뜻밖의 동행이 때로는 가뭄에 단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조용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특히 기치 못한 려움이 닥쳤을 때 더욱 그렇다. 파리에서 만났던 친구들처럼 말이다.


소렌토의 호스텔에서 만난 한 친구 Y는 나와 같은 도미토리의 옆 침대를 쓰고 있었다. 나와 동갑인 데다 같은 한국인.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40일 동안 혼자 여행을 하고 귀국 전 지막 여행지로 소렌토에 왔다고 했다. 근데 Y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였다.

"사실 여기 올 때쯤 탈이 나서 아마 여기선 그냥 호스텔에만 있어야 할 것 같아."

Y는 방에서 쉬겠다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아말피 해변을 다녀왔고 그날 저녁 Y에게 하루동안 본 것을 얘기해 줬다. Y는 같이 갔다면 좋았겠다며 아쉬워했지만 다음날 아침까지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결국 남은 하루도 숙소에서 쉴 예정이었다. 나는 맘이 편치 않았다. 텅 빈 도미토리에 혼자 남아있으면 무슨 기분일까. 그것도 아플 때.

나는 고민 끝에 그냥 하루 일정을 취소하고 Y와 같이 있기로 했다. 우리는 방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각자 여행에서 겪은 일들이나 한국에서 지낼 때의 이야기도 했고, 정말 쓸데없지만 이탈리아의 구급차 소리가 한국의 구급차와 어떻게 다른지 같이 사소한 것들로도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아파서 미안하다. 안 그랬으면 내가 너 진짜 재밌게 해 줄 수 있는데." Y가 말했다. 근데 나는 같이 얘기하면서 호스텔 창밖의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보냈던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그제까지 생판 남이었던 우리가 먼 타국 땅에서 그것도 같은 호스텔 같은 방에서 만나 같이 하루를 보내는 이 인연이 참 반갑고 신기하기도 했다. 

다음날 Y의 창백했던 얼굴에 그래도 조금 생기가 돌았다. Y는 같이 있어주어 고맙다며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샀, 곧 한국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고독을 즐기는 여행자라고 해도 언젠가 한 번은 동반인이 절해지는 간이 오는 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럴 때는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기다다는 듯 내가 찾던 그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또는 내가 혼자 여행을 하는 누군가에게 그런 람이 되어줄 수도 있다. 것이 혼자 하는 여행의 또 다른 묘미인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나와 꼭 닮은 소울메이트와 여행 첫머리부터 마무리까지 께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할 때도 있었다. 리고 얼마 안 가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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